지역균형발전정책에도
진정한 지방분권의 부재
지역경제 미래는 어려워 

 

우리나라를 ‘서울공화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역량 대부분이 서울로 집중된 현상을 풍자하는 말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을 이야기할 때 거론된다. 산업화 이후 사람과 돈은 끊임없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과연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통해 우리 지방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짚어봤다. 

  지역 균형을 도모하자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1960년대 시작됐다. 이후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에 지역산업육성사업, 지역특화발전특구, 혁신도시 등 지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대표적인 지역균형발전정책은 크게 2가지다. 지역발전투자협약과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면제다. 지역발전투자협약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수평적 협의 및 조정 과정을 거쳐 협약을 체결하고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는 제도다. 이때 지방정부는 재량껏 자신만의 특색 있는 사업을 펼칠 수 있다. 부산의 ‘미래해양도시’ 사업, 의성의 ‘청년이 살고 싶은 의성 행복 포레스트’ 사업 등이 해당한다.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전문가 컨설팅과 조정 전담조직 등 행·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일부 지방 사업에 한에서 예타 조사를 면제한다. 예타 조사란 총규모가 500억 이상이고 300억 이상의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 중립적 기준에 따라 검증하는 제도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적은 지방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용자가 적을수록 사업의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에서 예타 조사면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으나 지역균형정책을 단순 수익 구조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진정한 지방분권으로 가는 길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기업, 시민사회 등 여러 지역주체는 거버넌스를 형성해 지역의 양적·질적 발전을 도모한다. 지역은 역량을 키우고 서로 연대함으로써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정도를 낮추려 노력한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진정한 지방분권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된 정책은 모두 한시적이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행정적 권한을 전적으로 이양하지 않는다. 모든 지방정부의 사업은 중앙정부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인 이민원 교수(광주대 중국통상학과)는 현재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의 입장을 피력했다. “중앙정부는 분권을 말하지만 실제로 완전한 분권을 지향하지 않는 실정이에요. 모든 사업이 중앙정부의 기재부를 통해 돈을 받으니까 중앙정부 사람들이 지방행정에 여전히 꼬리표를 다는 거죠.” 

  한편으로는 지방정부의 행정자치능력 또한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운영보조금인 교부금을 조달해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지방정부는 재정난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지방정부 총채무가 무려 3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작년에 비해 4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지방정부채무가 30조원이 넘어선 것은 1997년 국가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지출을 고려해도 지방정부의 재정 관리 능력과 행정능력에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지방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대로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현재의 지역균형발전에 우려를 표했다. “지금처럼 정책이 유지되면 지역균형이 아닌 중앙정부의 지역사업으로 전락하게 될 거예요. 지역의 낭비성을 줄이려고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면 기획의 창의력도 떨어지죠.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게 이양해도 지역분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마강래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저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에서 지역분권이 도리어 지방 지역 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지방세를 자율적으로 걷으면 당연히 인구가 많은 지방 대도시가 우위를 차지할 것이고, 도시 크기가 공공서비스의 질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 덧붙였다. “사람들은 더 나은 도시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해요. 그러니 지방정부 간 주민 수를 늘리기 위한 경쟁도 심화돼, 이주를 통해 자신의 선호를 표출하는 ‘발로 하는 투표’가 현실화 될 수 있죠.” 즉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분권의 한계점을 극복한다 할지라도 지역 경제에 대한 가망은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생산소득과 산업활동의 부진이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지방은 장기적으로 성장 침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물적 이탈이 반복되면 지역에서 좋은 사업을 발견할 수 있는 여력이 소실되고 현재의 산업구조가 굳어지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변동이 생기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수의 전문가는 끊임없이 이뤄지는 수도권 위주의 ‘한국판 뉴딜 산업’과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현실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어렵게 만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를 가중시킬 것이라 예상했다. 

  전국시·도지역혁신협의회 회장인 고영구 교수(극동대 글로벌경영학과)는 코로나19로 기존 생활 방식이 바뀌었듯 국토개발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가 ‘그동안 삶의 방식을 바꾸라’고 경고하고 있어요. 큰 도시에 몰려 살아온 습성을 버리라고 말이죠. 국토 개발도 마찬가지에요. 서울을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로 발전시키고, 농촌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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