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들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반지하 방과 볕이 넘치도록 드는 고급 저택을 배경으로 전개된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 양극단의 비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영화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옷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던 퀴퀴한 악취는 주거 취약계층의 환경을 대변했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양극화의 냄새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가급적 집에 머물러주세요’ 코로나19로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말이다. 최저 주거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을 받는다. 더욱이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란 쉽지 않다. 최저 주거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공간에 머무르는 이들은 비좁고 채광,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주거환경 때문에 평소에도 질병에 시달린다. 전염병에 더욱 취약하기에 보호가 절실하지만 이들을 위한 근본적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에겐 더욱 큰 생채기를 남겼다. 코로나19로 쉼터와 급식소도 줄줄이 폐쇄되면서 노숙인은 아예 갈 곳을 잃어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로부터 고립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심화되는 홈리스의 주거 및 급식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실타래는 더욱 꼬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거리가 두어진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UN 주거권특별보고관은 4월 28일 홈리스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14가지 긴급 조치 사항이 담긴 ‘코로나19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권 및 위생과 방역을 우선해서 보장하고, 노숙인 등에게 위생시설과 쉼터 접근권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긴급복지지원법」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재난을 위기상황에 포함하지 않는다.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난은 모든 이들에게 찾아왔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심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 재난의 크기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기에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시급한 시점이다. ‘천국에 사는 사람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씀)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인간의 보금자리인 집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뉜다. 쾌적하고 안정적이어야 할 집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뉜다면 이는 인간다운 삶을 포기한 세상이다. 생존의 필수 조건인 주거권을 모든 이들이 보장받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날이 오면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 거주민과 현실 속 또 다른 주거 취약계층의 삶에 희망의 빛이 비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주 사회·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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