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시대를 앞서가는 당신, 특별한 학위를 갖고 싶은 당신을 위해 직접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전공과정이 있습니다. 기존 교육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한 ‘자기설계전공’이죠. 중앙대에 자기설계전공을 도입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해당 전공의 이수율은 1%에도 달한 적이 없는 실정입니다. 학생들은 자기설계전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본부의 적극적인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죠. 이젠 중앙대에 정착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김민지 기자 tangza@cauon.net 

그림 윤국화
그림 윤국화

 

부족한 정보, 신청에 난항 
“개별 가이드라인 수립은 어려워”

베일에 싸인 합격 기준 
구체적인 불합격 사유 제시해야

졸업수단으로 이용하기도 
분명한 목표의식 설정이 관건

“유일무이 전공이기에 
충분한 시간 두고 준비해야”

 

중앙대 학생이라면 전공심화과정 또는 복수·연계·융합·자기설계전공 중 하나 이상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자기설계전공은 주전공 포함 최소 3개 전공단위 이상의 교과목을 융합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다전공 과정이다. 해당 전공은 학생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기존 교육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 10개년 간 자기설계전공 이수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지의 영역인 자기설계전공,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도전을 위한 첫걸음 
  자기설계전공을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먼저 학생은 본인이 만들 전공에 관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교수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이후 학생은 지도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자기설계전공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 

  다전공 신청기간 동안 중앙대 포탈을 통해 자기설계전공을 신청할 수 있다. 포탈에서 설계전공명과 학위명을 입력하고 설계전공 소개 및 의의 등을 포함한 개요와 신청 사유, 교과과정표를 작성 후 저장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심사과정은 지도교수의 1차 심사와 학과(부)장의 2차 심사로 이뤄진다. 1차 심사는 지도교수가 승인하고, 2차 심사에서는 교과과정과 관련한 모든 학과(부)장의 최종심사 및 승인이 필요하다. 최종 심사 후 포탈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친절한 정보가 필요해 
  중앙대 홈페이지는 자기설계전공 신청방법, 교과과정 편성 원칙 등을 안내하고 있다. 박민성 학사팀장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자기설계전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학생마다 원하는 전공의 특성이 달라 개별화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정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기설계전공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이서정 학생(광고홍보학과 2)은 “우선 정보가 없다”며 “오히려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궁금한 점이 생길 때 어디에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커리큘럼 설계 과정에서 타전공과 이에 소속된 강의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임성은 학생(시각디자인과 4)은 “어떤 과목이 커리큘럼에 도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설계하면서도 전공의 방향성에 의문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도교수조차 자기설계전공을 잘 알지 못해 직접 설명해야 했다”며 “학교 차원에서 자기설계전공을 홍보해 학생과 교수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 수 없는 합격 기준 
  자기설계전공 심사과정에는 학생이 설계한 교과과정에 관련 있는 모든 학과(부)장이 참여한다. 그중 1명만 불합격 판정을 내려도 최종 불합격 처리가 된다. 이서정 학생은 “합격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심리적 불안감이 있다”며 “열심히 준비해도 승인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정서현 학생(독일어문학전공 3)은 “전공명과 커리큘럼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교수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합격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대학본부는 안정적인 합격을 위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자기설계전공 신청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향숙 학사팀 주임은 “다전공 신청기간에 닥쳐 급하게 준비하기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며 “지도교수와의 충분한 면담과 피드백 과정을 통한 꼼꼼한 준비가 합격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졸업수단 아닌 ‘나만의 전공’으로 
  자기설계전공의 최소이수학점은 36학점으로 복수전공에 비교해 적은 학점으로 졸업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자기설계전공은 졸업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박민성 팀장은 “졸업요건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 수강한 과목을 짜깁기해 자기설계전공을 신청하는 경향이 있다”며 “분명한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신청해 이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기설계전공제도의 한계와 가능성 탐색」(이두휴, 2017)에 따르면 자기설계전공은 고정된 교육과정이 아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획기적인 교육 시스템이다. 이두휴 교수(전남대 특수교육학부)는 “자기설계전공을 이수하는 학생은 기존 교육과정을 이수할 때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명확한 목표의식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기설계전공을 이수하려면 스스로 부딪혀보는 개척자 정신이 필요하다. 기존에 없던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하는 외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박민성 팀장은 “중앙대에서 단 하나뿐인 학위를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전공”이라며 “도전에 임한 학생들은 강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이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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