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사그라들지 않은 어려운 시국에도 소통의 장이 열렸다. ‘2020 CAU 리더스포럼’이 23일 개최됐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에 대학본부도 학생 대표자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리더스포럼의 하이라이트 ‘총장단과의 대화’가 충분치 못해, 알맹이가 빠진 셈이 됐다. 

  대학본부는 가감없이 정보를 공개했다. 총장단은 ▲코로나19 대응 현황 ▲서울캠 마스터플랜 실행 계획 ▲안성캠 교육환경 개선 사업 등 대학 현안을 제시하고 성과를 자축했다. 학생 대표자가 발송한 사전 질문에 기반해 발표를 구성했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사업마다 소요 예산을 덧붙인 프레젠테이션 자료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어 기획처장은 CAU2030 비전 체계 수정안을 공유했다. 4월 교무위원회에서 공표한 내용이 온·오프라인을 타고 전해졌다. 

  뜻깊은 행사였으나 만족하기 이르다. 대학 구성원이 쌍방향 논의하는 시간이 불충분했다. 리더스포럼은 총장단과 학생사회가 직접 소통하는 자리다. 박상규 총장은 환영 인사를 전하며 “학생의 이야기를 최대한 귀담아 듣겠다”고 말했다. 대학 현안 및 성과 공유에 앞서 백준기 교학부총장(첨단영상대학원 교수)도 “이 자리는 우리가 학생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대표자가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열띤 논의 중에 예정 시간이 끝났고 결국 서울캠 총학생회장이 추가 시간을 요청했다. 이마저도 모자라 일부 학생 대표자는 폐회 이후 개별적인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거나 서면으로 질문을 제출해야 했다. 서울캠 학생처는 “총장단이 추가 질의에 답변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공식 석상에서 오가는 논의와 결코 같은 무게일 수 없다. 

  예년에 비해서도 무리한 일정이었다. 지난해 1월, 2박 3일 간 진행한 ‘2019 CAU 리더스포럼’에서는 ‘대학 현안 발표’와 ‘New Vision 설명회’를 합해 50분을, ‘총장단과의 대화’에 80분을 할애했다. 이번 학기엔 발제는 늘고 토론은 줄었다. 학생처는 ‘중앙대학교 현안 및 성과 공유’와 ‘CAU2030 비전 체계 수정안’에 총 60분을 배정했지만 ‘총장단과의 대화’는 50분에 그쳤다. 학생처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일정을 연기해가며 어렵게 마련한 자리다. 확보 가능한 시간이 짧았다면 ‘총장단과의 대화’를 중점으로 뒀어야 했다. 

  지난 리더스포럼과 대동소이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중앙대가 가진 고질병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리더스포럼에서 안성캠 총학생회는 발전기획안 공개를 요구하고 행정부처 균형화를 건의했다. 이번해도 마찬가지다. 안성캠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기발전 계획 공유를 요청했고, 생공대 학생회장은 서울캠과 대비해 질 낮은 행정서비스를 지적했다. 서울캠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인문대 학생회는 지난해 열악한 교육환경을 문제삼았지만 다시금 203관(서라벌홀)을 비롯한 인문사회계열 교육 인프라 촉구를 화두로 꺼내야 했다. 대학본부가 체감 가능한 변화를 선행했다면 새로운 안건과 생산적인 토론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처럼 마련한 자리가 목적을 다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리더스포럼은 학생사회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총장단과의 대화’는 학생 대표자가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일 것이다. 총장단이 학생과 고민을 공유하고 열의 있게 발표한 점은 고마운 일이나, 총 시간을 늘려 양방향 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마련했으면 한다. 여유는 늘 촉박보다 낫다. 추가 시간에 기대지 말고 공식 시간을 충분히 배정해야 한다. 다음 포럼에서는 여유로운 소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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