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들기 전 혹은 외출 전 날씨를 확인해보곤 합니다. 날씨에 따라 그날그날 입을 옷이나 약속 장소 등이 바뀌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는 날씨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에 맞닿아있는 경제는 어떨까요? 내일의 경제는 화창할까요? 이번 주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 예보’를 준비해봤습니다. 맑은 햇살과 짙은 먹구름 사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지, 경제 기상센터로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서울 집값 
지금부터 모아도 25년 
저금리·공급 부족이 주원인 
당분간은 내 집 마련 어려워

집은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를 뜻한다. 원시시대에 집은 비바람을 막아주는 장소에 그쳤다. 하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이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을 넘어 문화, 학습, 의료 등 주변 공간을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요소를 고루 갖춘 서울에서 내 집을 가지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까?  

  하늘의 별 따기, 서울 집 마련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PIR 지수 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PIR 지수는 11.4로 집계됐다. PIR 지수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주택 구입에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는 2년 전 수치인 9.9보다 1.5가 상승한 수치로, 서울 소재의 아파트를 사는 데 약 11.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가구 소득이 아닌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18년 기준 근로자 평균 연봉은 약 3600만원이다. 평균 연봉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 없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할지 직접 계산해봤다. 최근 3년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한국감정원 실거래가격지수 기준 약 45.5% 상승해 약 9억원에 달했다. 월급을 쓰지 않고 그대로 저축한다고 해도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약 25년이 걸리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대출 없이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는 어렵기에 많은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9억원 이하일 때 부동산 정책에 따라 LTV 대출한도가 최대 40%까지 적용된다.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급여를 생각하면 약 15년 후에나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수준이다. 

  결국 폭등으로 이어진 수요증가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전문가들은 ▲저금리 상태 ▲수요 공급의 불일치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고성수 교수(건국대 부동산대학원)는 저금리 상황이 지속해 집값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잖아요. 저금리 상황이 계속 유지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몰렸죠.” 홍기용 교수(인천대 경영학부)는 부동산 시장의 수급 차이도 주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돼요.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현재 서울 주택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다주택자에 관한 정부의 규제 강화가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 매수세를 상승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다주택자 주택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똘똘한 아파트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똘똘한 아파트 한 채’는 말 그대로 1개의 주택만 현명하게 소유하자는 의미다. 이는 강남 3구 일대 지역의 아파트 수요가 급증해 집값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집값 폭등 현상이 부동산 버블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는 버블 현상이라 진단했다. “현재 서울 집값 오름세 현상은 버블이라고 볼 수 있어요. PIR 지수 수치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죠.” 반면 서정렬 교수(영산대 부동산대학원)는 버블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서울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버블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성사되고 있기 때문이죠.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시장에서 해당 가격을 인정한다는 의미예요.” 

  나중에는 싸게 살 수 있으려나 
  향후 내 집 마련은 지금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까? 홍기용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 덕분에 미래에는 내 집 마련이 지금보다 쉬우리라 전망했다.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2030년을 기준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주택 보급률이 증가할 거예요. 그때쯤이면 집값도 지금보다 내려갈 거라고 예상합니다. 따라서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내 집 마련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서정렬 교수는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여전히 집값은 상승할 거라 바라봤다.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보다 주택을 용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가했어요. 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결과는 되레 집값 상승을 불러왔죠. 역설적인 상황을 지속하지 않으려면 규제가 완화돼야 해요.” 

  2022년까지 연평균 수요에 비해 전체 주택의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 그러나 아파트만 따로 구분해 계산했을 때는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파트가 단독 주택 등의 주거 형태보다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호 주거 형태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서정렬 교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집값 상승 지속으로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서울 주택의 수요가 많아 집값이 올랐는데 공급은 수도권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서울 거주를 선호하는 사람이 경기도나 인천 같은 수도권으로 이사를 해야 수급 일치가 이뤄지는데 사실상 그렇지 않은 상황이죠. 앞으로도 수급 불일치가 계속돼 서울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우리금융연구소 경제연구실도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 및 ‘안전진단 강화’ 등이 재건축으로 인한 추가 주택 공급을 막아 서울아파트 신규 공급량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고성수 교수는 내 집 마련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저금리 상황이 현재처럼 지속하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 “저금리가 영원히 지속하진 않을 거예요. 한국처럼 주로 주택담보대출 형태로 집을 마련하는 국가들이 과거에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속히 올린 적이 있었거든요.” 이에 서진형 교수(경인여대 경영과)는 금리 인상이 내 집 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요. 사람들이 이자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거주 비용이 그만큼 증가하는 셈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소망하는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값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이다. 과연 서울에서도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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