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개봉한 <도가니>는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발생한 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학대피해 장애아동에 대한 미흡한 보호 실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장애아동 학대 문제를 두고 사람들의 관심은 고조됐지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할 법률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법률적으로 소외된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아픔이 치유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상황의 해결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해봤다.

  아무도 보듬어주지 않은 아이들
  현재 학대피해를 당한 아동을 보호하는 법률은 다수 존재하지만 학대당한 장애아동을 지원하는 법률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엄선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세부적인 법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존재하는 아동학대 관련법에 장애 아동 관련 조항이 추가돼야 해요. 장애의 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보호 절차 및 지원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갖춰줘야 하죠.”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법률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재활과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두 법률에는 학대피해 장애아동 보호와 관련한 조항이 부재하다. 따라서 장애아동 학대가 발생했을 때 「아동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중 어떤 법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장애인복지법」에서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한 조항을 신설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장애아동을 학대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우선해서 적용할 법을 정해야 해요. 하지만 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데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에는 해당 법률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추가로 필요하죠.”

  장애아동특성에 맞는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동석 교수(대구대 사회복지학과)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위해 장애 유형에 따른 다양한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각장애아동에게 의사소통의 지원이 필요한 것처럼, 장애아동의 경우 아동학대에 따른 지원과 더불어 장애에 따른 추가지원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개정돼야 해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면
  현재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은 피해자의 진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장애아동의 경우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에 법무부는 장애인들의 법적 진술을 위한 ‘진술조력인’ 제도를 운영한다. 진술조력인은 범죄 피해를 본 아동과 장애인이 조사를 받거나 증언을 할 때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전문가다. 장애아동에게는 진술조력인의 지원이 필수지만 조력인의 수가 부족해 모든 장애아동이 해당 제도를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진술조력인이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고 조사과정에서 아동이 2차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서해정 부연구위원은 전문적인 진술조력인 양성과정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장애아동 진술조력인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전문 기관을 통한 인력 양성이 이뤄져야 해요. 장애아동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진술조력인은 그림 도구, 표현 언어 등의 사용 방법 교육도 필요하죠.”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정서적 안정과 사후조치를 위해서는 학대를 받은 원가정과의 분리는 필수다. 따라서 그들을 보호해줄 시설(쉼터)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곳은 전무하기에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일반 거주시설에 입주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동기는 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지내야 하지만 일반 장애인 거주시설에 장애 아동이 입주하면 아동기 전부를 시설에서 보내게 된다. 이는 일시적인 보호역할에 그쳐야 하는 쉼터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이동석 교수는 법률 적용에 근거한 쉼터 마련을 이야기했다. “「장애인복지법」에 쉼터 설립 내용을 추가한다면 성인과 구분되는 장애아동 전용 쉼터가 필요하답니다. 다만 「아동복지법」에서 관련 부분을 다룬다면 쉼터에 편의 시설을 설치하고 지원인력을 보강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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