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 곳 없는 학대피해 장애아동
  • 백경환·고민주 기자
  • 승인 2020.09.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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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학대 적신호

 

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이번 주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방백”으로 열어보려 합니다. 끝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장애아동 특성 고려해 
전문적 도움 줄 수 있어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하 전체 아동 중 등록 장애아동 인구는 약 0.8%에 불과하다. 그러나 18세 이하 아동학대 사례 중 등록 장애아동학대 사례는 약 4%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장애아동은 장애와 아동이라는 2가지 교집합 안에서 체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사각지대에 놓였다. 아동학대 지원체계 내에서 주류가 아닌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파헤쳐 봤다.

  장애인복지법? 아동복지법? 특례법?
  
장애아동은 학대피해를 당했을 때 ‘장애’와 ‘아동’이라는 2가지 특징을 고려한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보호조치가 필요한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입소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한 규정을 단순 명시했다. 장애아동의 학대 정도에 따른 구체적인 보호 사항은 제시하지 않은 실정이다. 엄선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비장애아동을 중심으로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과 장애, 학대피해라는 삼중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체계 설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세심한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장애아동이 학대를 당한 경우 우선 적용해야 하는 법이 「장애인복지법」,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중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한다. 박명숙 교수(상지대 사회복지학과)는 이러한 상황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연계성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법률적용 문제도 마찬가지죠. 어느 부서에서 연계해야 하는 업무인지, 어느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명확함이 효과적 개입을 방해하고 있어요.”

  우선 적용 법률이 명확하지 않음에 따라 어느 기관이 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을 담당할지도 풀리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고 이동석 교수(대구대 사회복지학과)가 이야기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장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의뢰해요.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장애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아동복지법」을 우선 적용할지,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답니다.” 관련 내용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논의 중이다.

  그들을 위한 상담·쉼터는
  아동학대사건에 대응하는 기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상담원이 현장에 나가 아동의 분리 여부를 판단한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했다. “장애아동과의 상담이 아동의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돼요. 이때 상담원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아동의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죠.”

  쉼터는 학대피해 아동이 가해자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생활하는 곳이다. 장애아동은 장애상태에 따른 식사 지원, 물리적 접근성 제고, 의료서비스 제공 등 매우 다양하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에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해주는 쉼터는 72곳, 학대피해 장애인쉼터는 13곳 존재한다. 하지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은 없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장애아동 특성에 따른 전문적인 쉼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박명숙 교수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아동쉼터에 보호됐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장애아동이 아동쉼터에 가서 오히려 건강이 더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쉼터에서 장애아동에게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인력과 충분한 예산이 필요해요.”

  이동석 교수는 학대피해 장애아동이 성인장애인시설에 머무르게 되면 원가정복귀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시키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한번 입소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거주시설에 머무르게 돼요. 언젠가는 장애인 원가정으로 복귀해 가정적 분위기에서 아동기를 보내야 하는데 장애아동의 경우 거주시설에서 아동기를 모두 보내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답니다.”

  “원가정보호가 어려울 경우 적절한 분리보호가 이뤄져야 해요. 그러나 장애아동의 경우 보호대상과 서비스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대피해 아동쉼터는 물론 양육시설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특성과 피해유형 등을 고려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종성 의원은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위한 전문 시설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엄선희 변호사는 학대피해 장애아동 쉼터 마련 및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대피해 장애아동은 별도의 전문적인 쉼터에서 적합한 보호와 상담을 받아야 해요. 특히 중증장애아동의 경우 비장애아동이나 성인 장애인을 위한 쉼터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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