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용기  
 
한 소녀는 모자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자신의 빛을 감춘 채 
자신의 영혼 조각을 주머니에 숨긴 채  
검은 모자에 숨어버린다  
 
안개꽃이 산책하던 어느 날, 
파랑새 한 마리  
모자 속 소녀에게 다가와 하는 말  
 
소녀, 
그대는 세상을 등지지 마소서 
그저 밝음의 씨앗을 마음껏 즐기소서 
 
노을 빛 바람에 우아하게  
누워있는 저 별빛처럼 
 
요즘 거리를 걸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마치 한 맺힌 유리구슬 같이 슬픔이 서려 있다. 또, 눈에는 그동안 자신이 의식했던 타인의 모습이 겹쳐져 여러 개의 잔상으로 맺혀있다. 이들은 시간을 벗 삼아 점점 쌓여만 가고, 그 속에 피어오르던 순수한 빛은 그 잔상에 형체를 감춰버린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자신만의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을 소녀의 상황에 빗대어 1연에 표현해보고 싶었다.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오히려 나만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상황 말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소녀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파랑새의 속삭임에 담아봤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타인의 잔상 뒤에 숨기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속도로 세상 앞에 당당히 선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어쩌면, 이 소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시를 감상할 때 자신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그 소녀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소리 내어 울지 못했을, 또는 소리 내어 웃지 못했을 그 아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선물해준다면, 마침내 진정한 나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지구에 탄생하는 순간부터 저마다 각기 다른 보석을 품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 보석이 늘푸른 언덕의 색이든, 노을빛 바람에 간지럼타는 색이든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그 가치로서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용기를 되찾기를 바란다. 또한 이 시를 통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가치를 세상 밖으로 꺼내 웃어 보일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김희원 학생 
음악예술전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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