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녹여낸 담백한 그의 이야기
  • 최수경 기자
  • 승인 2020.09.21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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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Do Dream)은 ‘꿈꾸고(Dream) 도전하라(Do)’, ‘꿈꾸고(Dream) 두(Do)드려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는 다양한 도전과 경험 끝에 지금 강단에 선 이들을 만납니다. 중앙대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주는 아트디렉터, 포토그래퍼, 영상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심형준 강사(사진전공)를 만나봤습니다.

 

한 가지 일만 하기보다
여러 가지에 도전하라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사람’이 매력 있었으면

사진과 영상에서 
느끼는 중독성
과감하면서 감성적인
그만의 톤&매너를 담다

여기, 다양한 빛으로 옅은 어두움을 담은 사진이 있다. 살짝 우울하기도, 살짝 어둡기도 한 그만의 톤으로 렌즈에 감성을 담고 싶다는 심형준 강사(사진전공)의 사진이다. “사진 한 장으로 많은 생각을 유도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을 보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진과 일 모두에 애정이 많아 뮤직비디오, 광고, 독립영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등 넓은 범위에서 활동하며 강단까지 섭렵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다고.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에 이민을 갔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었죠. 그래서 시애틀에 있는 아트스쿨에서 애니메이션 공부를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뛰어난 학생이 많이 모인 아트스쿨에서 저는 평범해 보였어요. 그래서 의욕이 많이 없었죠.”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다 사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 누나들이 숙제를 해야 한다며 카메라 앞에 모델로 서 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저를 촬영하는 누나들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어느 날 누나들이 사진학과가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의 브룩스 대학교로 간다고 했어요. 무작정 누나들을 따라 산타바바라로 갔죠. 그곳에서 사진을 전공하게 됐답니다.”

  -미국 환경이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주변에 산이 있고 바다가 남쪽으로 향한 산타바바라는 굉장히 멋있는 곳이에요. 자연환경에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았죠. 
  어릴 때부터 같이 생활했던 이모부가 마초적인 외국인이셨거든요? 그런 분위기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사진을 공부하는 저에게는 미국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과, 갇히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생활이 굉장히 행복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일을 했나.
   “대학원을 다니면서 아는 선배의 웨딩스튜디오에서 사진 찍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지인 소개로 동방신기를 만났죠. 동방신기가 1년에 한 번 LA에서 큰 K-POP 공연을 하는데, 그들의 일상을 캠코더로 담아내는 일을 했답니다. 동방신기와 2주 정도 촬영하고 나서 YB의 윤도현 형과도 인연이 닿았죠. <Why Be?> 앨범을 녹음하러 왔다가 지인 소개로 저와 함께 촬영했는데, 이후 저를 다른 분들께 많이 소개해 주셨어요.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 촬영하러 오는 광고나 잡지사와 작업을 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미국 현지 광고들도 촬영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는지.
  “어렸을 때는 한국 가는 꿈을 자주 꿀 만큼 한국에 동경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려니 자신이 없더라고요. 미국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으니까요. 마침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에게 촬영 의뢰를 받아 잠시 서울로 간 김에 윤도현 형을 만났어요. 형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모아 회사를 차렸는데 너도 들어오지 않겠냐고 묻더라고요. 혼자였으면 자신이 없었을 텐데 회사에서 관리해 주면 가능하겠다 싶어서,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왔답니다.”

  -영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윤도현 형과 양평에 자전거를 타러 갔을 때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렸어요. 그 영상을 우연히 SM 직원분이 보신 거죠. 그래서 故 샤이니 종현 씨 <하루의 끝>이라는 곡의 리릭비디오 작업을 맡게 됐답니다. 그런데 제가 미팅에서 겁도 없이 리릭비디오 말고 뮤직비디오를 찍겠다고 했어요.(웃음) 영상이 공개되기 딱 일주일 전이었죠.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은데 제가 알고 지내던 최유화 배우와 평소에 좋아했던 오타니 료헤이 배우를 섭외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갔죠.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첫 시작이었어요. 다행히 결과가 만족스러워서 계속 SM 소속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게 됐답니다.”

  -‘퍼플리스트 필름’을 차린 계기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의 회계나 법률적인 지식을 너무 몰랐기 때문에 회사가 필요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회사의 둥지를 벗어나서 제 회사를 차려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퍼플리스트 필름을 시작한 지는 2년 반 정도 됐네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했다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나 프로듀서는 광고나 상업적인 작업을 많이 해요. 기아자동차 광고도 있었고, 프로듀서로 루이비통 패션쇼를 기획했죠. 루이비통 본사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여서 굉장히 재밌었어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일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촬영 현장이 주는 즐거움과 중독성이 있죠.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압축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영상 작업을 할 때는 여러 팀과 함께 각자 재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큰 희열을 느낀답니다.”

  -다양한 일과 함께 강단에서 강의까지 하는데, 중앙대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주종호 교수님이라고 대학원 선배님이 계세요. 교수님 제안으로 중앙대 강단에 서게 됐답니다. 여러 학교에서 특강을 하며 학생들을 만나는데 즐거움을 느꼈죠. 언젠가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됐네요.”

  -중앙대를 배경으로 찍고 싶은 작품이 있나.
  “사진전공 학생들이 암실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뮤직비디오나 짧은 독립영화로 촬영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사진학과를 졸업했으니 학생일 때를 기억하며 사진전공을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를 선보여도 좋을 것 같아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저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었어요. 고학년이 되면서 사진 공부에 빠져 열심히 했죠. 물론 성적도 중요하지만 성적이 좀 덜 좋더라도 더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안 나왔지만 포트폴리오가 훌륭한 친구가 저한테는 더 매력적이거든요. 성적 욕심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중앙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옛날에는 포토그래퍼로 인정받기가 힘들었어요. 지금은 매체가 점점 다양해지고 문턱도 낮아졌죠. 얼마든지 자신의 SNS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답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자신을 열심히 홍보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진을 해야 할까요, 영상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둘 다 하세요.’라고 하죠.(웃음) 사진과 영상이 완전히 다른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같이 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거든요. 이제는 1가지 일만 해서는 힘든 세상이에요. ‘나는 뭐 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하는 게 의미 없기도 하죠. 무슨 일을 하든 그 ‘사람’이 매력있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자신을 가두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심형준으로 활동하면서 성격이 조금 다른 ‘네거티브’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요즘 ‘부캐’라고 하잖아요.(웃음) 그 캐릭터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심형준은 상업적이고 영화작업도 하는 반면 네거티브는 순수예술을 기반으로 저만의 톤&매너가 담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최수경·고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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