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도돌이표를 마침표로
  • 백경환 기자
  • 승인 2020.09.1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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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침묵은 없다

 

숱하게 좌절된 선수들의 SOS

진정성 있게 응답해야 할 때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해 체육계 인권침해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학생, 실업팀, 장애인 선수를 포함한 체육계 전반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력을 비롯한 인권침해는 스포츠계의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모여 스포츠계 폭력을 묵인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고여있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 마주할 시간이다. 침묵을 끝내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스포츠윤리센터 개선의 골든타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일명 ‘운동선수보호법’이 1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6월 故최숙현 선수 사건이 발생하자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달 개정안이 통과됐다. 추가 개정안은 ▲체육계 폭력 예방조치 및 강화된 가해자 제재 근거의 마련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보호 강화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권한 강화를 포함한다. 

 스포츠윤리센터의 권한이 일부 강화되긴 했지만,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아 여전히 사건조사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전문 분야 수사를 위해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2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이 스포츠윤리센터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 직원에게 특사경 직무를 부여해 체육계 인권침해 사례에 직접적인 수사와 고발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은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 통과를 희망했다. “문체부에서도 특사경 도입에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합니다.”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에 제기된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8월 28일 ‘스포츠 분야 인권보호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윤리센터는 2021년까지 인력을 39명으로 확충하고, 예산을 약 45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 인권침해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무소 3개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예산, 인력 부족 문제에 아쉬움을 표했다. “제대로 된 인권, 반부패 업무를 진행하려면 최소한 100명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정도 규모는 돼야 조직관리, 교육, 피해자 보호, 조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꾸릴 수 있고 사안의 시급성에 맞춰 예비팀까지 가동하며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요. 문체부가 인원과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했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죠.”

 과오가 지워지지 않도록

 문체부는 경기단체에 소속된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의 징계에 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강태형 경기도의회 의원은 징계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료요청을 거부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 검찰과 달리 문체부를 비롯한 스포츠 기구들은 개인징계정보 확인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운동선수보호법 개정안으로 인해 개인징계정보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력이 생겼죠.” 과태료부과는 다음해 2월 19일부터 시행된다. 그리고 허정훈 교수(스포츠과학부)는 가해자의 징계 및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징계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징계 후 감경, 복귀 등 체육계의 오래된 카르텔이 작동해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져 온 사례가 많아요.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선수등록, 지도자 계약 및 재계약 시 필수 서류로 제출하게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 이야기

 해외에서는 스포츠 인권침해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미국은 별도의 법률 제정을 통해 미국올림픽위원회 및 미국경기단체연맹으로부터 분리된 스포츠 인권기구 ‘Safe Sport’를 설립했다. ‘Safe Sport’는 신고접수, 배타적인 조사 및 징계, 교육, 징계기록 검색서비스 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성폭력과 아동학대 사건은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전국 단위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Canadian Sport Helpline을 개설해 스포츠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과 학대, 차별에 관한 전문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직 사이클 선수 B씨(25)는 피해자 보호조치, 혹은 정신적 피해로 인한 심리상담과 같은 피해자 관점에서 도움이 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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