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들기 전 혹은 외출 전 날씨를 확인해보곤 합니다. 날씨에 따라 그날그날 입을 옷이나 약속 장소 등이 바뀌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는 날씨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에 맞닿아있는 경제는 어떨까요? 내일의 경제는 화창할까요? 이번 주는 ‘가계부채 예보’를 준비해봤습니다. 맑은 햇살과 짙은 먹구름 사이 가계부채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지, 경제 기상센터로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빚내서 투자하자’라는 개념의 ‘빚투’를 한 번쯤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빚을 내서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 등을 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주택을 담보로 오랜 기간에 걸쳐 대출을 갚으면 내 집이 되고, 주식으로 이익을 남기면 그때 갚으면 되니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빌린 돈을 갚지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돈의 공백이 채워지기는 할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해보고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현황과 해당 문제 발생 시 경제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알아봤다.

  양날의 검, 가계부채

  가계부채는 일반가정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외상으로 산 물품의 금액 등 말 그대로 가정의 빚을 모두 합한 금액을 일컫는다. 가계부채는 규모에 따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정 규모의 가계부채는 경제를 활성화하는 장점을 지닌다. 가계의 대출은 소비 여력을 증가시키고 이는 곧 가계 지출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가계부채는 역기능도 지닌다. 국제결제은행에서는 가계부채가 GDP 대비 약 80%인 임계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부채의 성격이 부정적으로 변화한다고 본다. 이에 가계부채 규모가 임계 수준에 도달하거나 초과하게 된다면 부채 상환에 대한 가계의 부담은 증가한다. 게다가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돼 자연스레 가계소비가 줄어들면 이는 내수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저금리가 낳은 괴물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약 10.9%, 11.6%의 증가율로 정점을 찍은 후 다시 증가속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그런데도 가계부채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1600조원을 넘어섰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2년 이래 연속으로 상승해 2020년 기준 약 97.9%를 기록했다. 이는 12년 전인 2008년 약 74.2%보다 무려 23.7%p 증가한 수치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증가속도가 가파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높은 원인은 무엇일까. 김소영 교수(서울대 경제학부)는 저금리를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저금리가 제일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금리가 낮아지면 자본의 유동성으로 이어지죠.” 즉 낮은 금리는 가계부채 수요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를 야기시킨다는 설명이다. 하준경 교수(한양대 경제학부)는 저금리가 부동산 투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4년 금리 인하 정책이 시행된 이후, 금리가 낮아지고 집값이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어요. 특히 수도권의 경우 대체로 집값이 소득에 비해 비싸니까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밖에 없거든요.” 실제 2018년도 가계대출 구성에서 주택담보대출이 1위를 기록했으며 그 액수는 약 791조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전세보증금 대출이 약 512조원으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부채가 결국 부동산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녹을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임계 수준을 넘어섰음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국가 경제에는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하준경 교수는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대출해주면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집 담보 대출 비율도 규제가 있고,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규제가 마련돼 있기에 당시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어 정책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금리가 계속 유지되느냐, 소득 대비 원리금 비율이 줄어드느냐 등을 결정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반면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에 경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소영 교수는 최악의 경우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계부채가 안정화된 상황은 아니라고 봐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순간 가계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요. 이는 금융권 도산으로 이어져 꽤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한국의 부채 수준에 비춰 봤을 때, 부동산 시장 몰락 등 외부 충격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경제 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2018년 가계부채 수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던 당시 미국의 가계부채 수 준보다 높으며, 증가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수준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경제 위기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은행권의 경우 저신용자의 대출 비율이 높고 금리가 제1금융권에 비해 높아 대출의 건전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현재 가계부채 증가량을 보았을 때, 현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이 수그러든 후 가계 부채를 조정한다고 해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이미 임계 수준을 한참 넘어선 상황에서 가계부채 조정을 시행하더라도 가계부채의 순기능인 소비 촉진 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채 규모가 상당한 상황에서 가계는 오히려 저축을 선호하고 소비를 크게 줄인다. 소비 축소는 결국 부정적인 경제 상황으로 이어진다.

  2020년 8월 가계대출은 7월 대비 무려 약 14조원 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아직도 뚜렷한 관리 방안 및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 금융권 가계대출 흐름에 대한 종합적 분석 및 대책, 이제는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