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연세대 <연세정신과인권> 필수교양 지정 번복을 규탄하는 집회의 이름입니다. 연세대는 창립 이념에 따라 인권, 사회정의, 젠더, 아동, 장애, 환경, 난민 등 포괄적인 인권 내용을 담는 <연세정신과인권>을 필수교양으로 지정했는데요. 중앙대에서 인권·시민의식 교육은 아직 핵심·선택교양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이번주 중대신문은 중앙대 인권·시민의식 교육의 현주소를 제시하고 학내 구성원과 직접 강의안을 마련했습니다.

현저히 부족한 인권·시민의식 과목 
구성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교육 
 
다전공 학생에게 선택교양은 남일 
기본만 담은 온라인폭력예방교육

2019년 9월 연세대 교양과목 <연세정신과인권>이 필수교양에서 선택교양으로 전환됐다. 인권과 평등, 정의의 내용을 담은 <연세정신과인권>은 2020년 신입생부터 필수로 이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수단체는 해당 과목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무분별한 난민 수용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세대는 필수교양 지정계획을 철회했고 선택교양으로 전환했다. 타대에서 필수교양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가는 나오는 동안 중앙대 공통교양은 인권·시민의식 교육을 주제로 한 과목이 전무했다. 

  교육이 방패가 된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대학교 인권관련 교과목 실러버스 모음집’은 인권·시민의식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음집에 따르면 대학은 전문성과 적용 능력을 기르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요한 교육 역시 병행해야 한다. 인권은 사회, 여성, 다문화, 소수자, 복지 등 많은 영역에서 다뤄진다. 인권·시민의식 교육으로 인권 감수성을 증진하면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인권·시민의식 교육의 중요성은 지속해서 증가한다. 서찬석 교수(사회학과)는 “인권은 소수자 집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본적인 권리를 포함한다”며 “대학 교육은 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는지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리 성평등위원장(사회복지학부 3)은 “청소년은 입시에 치중된 교육으로 인권·시민의식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대학 내 인권·시민의식 교육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연령층이 인권·시민의식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학에서라도 인권·시민의식 교육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권·시민의식 교육은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시연 학생(경영학부 3)은 “시민의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우를 마주하며 인권·시민의식 교육을 공통교양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교육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구성원을 위해서 인권·시민의식 교육을 다뤄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홍윤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대학이 공식적으로 인권·시민의식을 염두에 두겠다고 공표한다면 구성원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 무기가 되기 위해서 
  중앙대 교육목적에는 사회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교양을 포함한다고 명시돼있다. 중앙대는 이러한 목적을 기반으로 교양 교육 내실화에 힘쓴다. 중앙대 공통교양은 <ACT>, <COMMUNICATION IN ENGLISH>, <글쓰기>, <디자인적사고와문제해결>, <앙트레프레너십시대의회계>, <창의와소통>, <컴퓨팅적사고와문제해결>, <한국사>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공통교양이 회계, 코딩 등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쳐져 있다는 우려가 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고등교육기관에서의 인권 교육 실태조사’는 대학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률에 도움이 되는 과목 개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승원 장애인권위원장(사회학과 2)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윤리적 공백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공통교양에서 이와 연결되는 법이나 인권 문제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인권·시민의식 교육은 <환경과인간>, <현대사회의쟁점>, <사회윤리>, <섹슈얼리티와문화>, <현대사회의노동과권리>, <현대사회아동>, <현대사회와인권> 등이 있다. 현재 편성된 인권·시민의식 과목은 대체로 선택교양이다. 선택교양은 공통·핵심교양과 달리 수강 의무는 없다. 황세리 위원장은 “인권·시민의식 과목이 선택교양에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권·시민의식에 관해 공부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학생이 아니면 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전공 학생은 전공으로 채워야 할 이수학점이 많기 때문에 선택교양을 수강할 여유가 없다. 홍윤 학생은 “복수전공을 해서 강의를 고를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다”며 “8차 학기까지 인권·시민의식 교육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차 학기에 들을 수 있지만, 현실적 장벽 때문에 듣지 않고 졸업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선택교양 수강률은 공통·핵심교양 수강률보다 비교적 낮다. 선택교양 <사회윤리> 과목을 맡은 김다솜 강사(철학과)는 “소수 학생의 관심으로 지금까지 해당 과목을 운영했다”며 “특히 이공계 학생의 수강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서 아쉽다”고 밝혔다. 

  무기를 잘 사용하려면 
  ‘고등교육기관에서의 인권 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립대학이 개설한 인권 관련 교과목은 평균 5.64개다. 중앙대는 평균 이상이지만 편성 과목이 다양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정승원 위원장은 “장애인권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관련 수업이 없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대는 장애를 정치, 철학, 법 분야에서 다루는 수업이 있다”며 “중앙대도 장애인권 수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장애학> 수업에서 ‘장애란 무엇인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해당 수업을 통해 비장애중심으로 흘러가는 사회 현상에 비판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다. 
  선택교양은 일관성이 부족해 학생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학본부가 제시하는 교양과목 강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같은 과목이여도 교수자에 따라 수업내용과 방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은 과목보다 교수자를 염두에 두고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섹슈얼리티와문화>를 수강한 안시연 학생은 “페미니즘 철학을 전공한 강사가 수업했기 때문에 사회학 전공과 다른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수강했다”며 “바로 다음 학기에는 담당 강사가 변경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순수 지식 전달에 가까웠지만 강사 변경 후 팀프로젝트가 추가되고 강의 내용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동은 수업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황세리 위원장은 “인권·시민의식 교육은 수강자 인식 개선, 사회 정의 추구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교수자 역할이 중요하다”며 “해당 과목을 안정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회성은 아쉽다 
  정규교과과정 이외에도 중앙대 인권센터가 제공하는 인권·시민의식 교육이 있다. ‘온라인 폭력예방교육’은 관련 법적 근거에 따라 ‘성폭력 예방교육’, ‘가정폭력 예방교육’, ‘장애인식개선교육’으로 이뤄지고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성적 조회가 불가능하다. 이에 학생사회에서는 강의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에 있어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세리 위원장은 “교수자와 학습자 간 소통이 불가능한 수업”이라며 “심화 학습, 의견 교류 등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내용만을 다룬다는 불만도 있다. 정승원 위원장은 “‘온라인 폭력예방교육’은 장애가 무엇이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이고 일시적인 내용만 다룬다”며 “장애의 명확한 정의와 더불어 장애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과 이슈를 배우고 장애와 사회의 연결성을 배워야 더 이상 장애를 도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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