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세상입니다. 2년 전, 풍경과 함께 손을 찍은 사진 게시물에 게시자의 친구가 ‘너 손 예쁘다’라고 댓글을 달았다가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게시자가  ‘예쁘다’는 말이 성희롱이라고 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죠. 이후 기자도 의도와 다르게 들려 오해할 만한 상황이 연출될까 봐 가까운 친구에게도 ‘예쁘다’는 말을 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말에 악의가 없어도 듣는 사람이 불쾌했다면 불쾌한 말이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예쁘다’는 단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예쁘다’는 눈으로 보기에 좋고 사랑스럽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입니다. 유의어에는 귀엽다, 곱다 등이 있죠. ‘예쁘다’를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명인들도 예쁘다는 말을 잘못 사용해서 곤혹을 치른 적이 많거든요. 하지만 부모님이 우리에게 하는 ‘예쁜 우리 아들딸’ 같은 말도 기분 나쁘게 들리나요? 아닐 겁니다. 그럼 예쁘다는 말에는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쓰는 사람이 잘못 사용해서 문제가 되는 거죠. 사람들은 ‘예쁘다’를 어떻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조직에서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외모 표현 등은 적절치 못합니다. 조직은 외모를 품평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좋은 의도에서 한 말이라도 외적인 매력보다는 해낸 일, 노력한 일에 따르는 칭찬을 더 달갑게 받아들이는 곳이 바로 직장 그리고 조직이 아닐까요?
 
 당연히 비교하기 위한 ‘예쁘다’도 안 됩니다. 내가 한 ‘예쁘다’는 칭찬일 수도 관심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칭찬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예쁘다는 말을 하기 전에, 지금 그 말을 해도 문제가 없을지 역지사지의 미덕을 한 번 발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만약 불쾌한 ‘예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능한 방법으로 불쾌감을 표현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응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자체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외모 강박을 반증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혹자는 예쁘다는 말보다 ‘매력적이다, 사랑스럽다’ 등 다른 표현의 사용을 권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표현을 사용하든 나쁜 의도였다면 다 똑같은 의미가 아닐까요. 기자는 ‘예쁘다’가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불편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예쁘다’는 단어 그대로 참 ‘예쁜’ 말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상황과 맥락에 맞게 사용하면 듣기에도, 하기에도 좋은 ‘예쁘다’가 되지 않을까요. 모쪼록 ‘예쁘다’의 오해가 얼른 풀리길 바랍니다.

최수경 여론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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