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의 바깥에 홀로 선 그림자
  • 백경환 기자
  • 승인 2020.09.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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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홀로서기 외롭지 않게

든든한 제도 함께 고민한다면

 

엄마는 딸에게 지하 단칸방을 얻어주고 ‘잘 먹고 잘살아’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반지하 월세방에 남겨져 내몰리듯 자립한 어린 소녀는 끊임없이 엄마라는 울타리를 갈망한다. 이 소녀의 이름은 박화영. <박화영>은 가정 밖으로 내몰린 청소년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영화 같은 현실 속, 가정 밖 청소년이 홀로 서려면 든든한 사회적 버팀목이 필요하다. 

기간에서 기능으로 

 청소년쉼터는 머무를 수 있는 기간에 따라 일시, 단기, 중장기 쉼터로 구분한다. 중장기 쉼터는 3년 이내 거주가 원칙이고, 연장하면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청소년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을 채우고 청소년쉼터를 나온 청소년들도 자립하기 어려운 나이와 상황일 수 있다. 이들은 청소년쉼터를 나와 갈 곳을 잃는다.  

 기간이 아닌 기능별로 유형화된 청소년쉼터가 필요하다. 김희재 서울시립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청소년쉼터를 기능적 통합모델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6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을 추진하며 기능에 초점을 맞춘 쉼터 유형화를 추진하고 있죠. 아웃리치센터(발굴), 청소년쉼터(보호), 청소년자립지원관(자립 준비)으로 분류합니다.” 박현동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이 과정에서 자립지원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웃리치센터, 청소년쉼터, 청소년자립지원관 형태로 기능적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립지원관 확충이 필요해요.” 

자립을 지원하는 시스템 지원 

 아동복지시설 퇴소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자립지원금을 받는다. 하지만 청소년쉼터는 아동복지시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은 자립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각 시설을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 발생하는 차이다. 아동복지시설은 보건복지부, 청소년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에 있다. 김윤나 교수(서울사이버대 청소년복지전공)는 정부 부처 간 협업 노력으로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 지원이 가진 법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쉼터 퇴소 청소년들은 담당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사업법」에 포함된 청소년 복지지원에서 배제되고 있죠.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소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해요.”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이 자립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제적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가정 밖 청소년 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는 좋은 사례다. 해당 조례에는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의 자립에 필요한 주거 정착금 5백만원과 대학장학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례를 발의한 김경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조례 통과가 전국적 입법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뒀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청소년기본법」 제49조의 내용을 가지고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을 지원하는 법률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아동의 성공적인 자립 실현과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주거지원 통합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의 지원대상에도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은 포함되지 않는다. 김경미 의원은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을 배제한 ‘주거지원 통합서비스’는 현장을 돌아보지 않는 획일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는 정책을 기준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복지정책을 운영할 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해결해나가듯이 ‘주거지원 통합서비스’를 시행할 때도 머리를 맞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자립지원관 멀리멀리 퍼져라 

 청소년자립지원관은 청소년쉼터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가정, 학교, 사회로 복귀할 수 없는 청소년이 자립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시설이다. 현재 총 9개의 지원관이 설립됐지만, 수도권에 몰려있는 실정이다. 김경미 의원은 자립지원관 건립이 지방정부의 재정상태에 따라 좌우되는 점이 수도권 집중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건전성이 낮고 복지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서는 신청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정부에서 기준을 세워 지방의 열악한 시설 운영 실태를 감독, 관리해야 해요.” 또한 김경미 의원은 중앙정부가 책임감 있게 지방에 재정을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국비 부담률을 좀 더 높여 지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김희재 관장은 자립지원관의 지방 확산 추세를 언급하며 자립지원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차츰 완화되리라 전망했다. “청소년자립지원관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청소년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먼저 개소했고, 현재는 천안과 대구를 포함해 점차 지방으로 확산 중입니다. 정책추진과정에서 지방 소외 문제는 서서히 극복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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