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자 사라진 둥지
  • 장준환 기자
  • 승인 2020.09.07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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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쉼터 퇴소생 자립 지원 현주소

 

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 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 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 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 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 주지않아방백을할수밖에없던인물들을 조명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 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 하셨다면 이번 주는 “청소년 쉼터 퇴소 청 소년의 방백”으로 1막을 열어보려 합니다. 인터미션 후 2막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 요. 이제 시작합니다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3가지 요소는 의식주다. 옷과 음식, 집이 있어야 기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의식주에서 주는 지집 주(宙)가 아니라 살 주(住)다. 단순히 주거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삻이 이뤄지는 공간. 나아가 육체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 곳, 이것이 집이 갖는 의미다.

  하지만 최소한의 삶의 공간이 주어지지 않은 청소년이 있다. 매년 가정불화, 가정폭력 등으로 가출하는 청소년의 수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양육 받지 못하고 거길로 나선다. 더는 삶이 이뤄지지 않는 공간에서 탈출한 아이들을 가정 밖 청소년이라 부른다. 가정 밖 청소년에게 청소년 쉼터는 집을 대신한다. 그러나 평생 이곳에서만 지낼 순 없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떠나야 한다. 갈 곳 없이 떠난 청소년이 홀로 설 수 있을까.

보증받지 못한 자립

  청소년기에 자립을 위한 과제를 어떻게 성취하는지가 이후 성숙한 성인기로의 이행 여부를 좌우한다. 그렇지만 쉼터에 거주하는 청소년은 자립의 과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퇴소와 동시에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지낼 곳 찾기부터 막막하다. 여성가족부는 2017년 '청소년년자립지원관 운영모형 개발연구’에서 쉼터 입소생 890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입소생의 약 64%가 쉼터 퇴소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걱정된다 (‘매우 그렇다’ 약 25.7%, ‘그런 편이다’ 약 38.3%)고 응답했다.

쉼터 퇴소 청소년의 자립을 위해선 경제적 지원을 필수다. 자립하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소 직전까지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퇴소 이후 고시원, 찜질방 등을 전전하기도 한다. 

  2017년 정부는 청소년쉼터 퇴소생의 자립을 돕기 위해 청소년 자립지원관 운영모형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1년 후 국비로 첫 지원관을 설립했고 지속적으로 지원관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설립된 지원기관은 총 6곳뿐이다. 지원대상에비해 부족한 수다. 박현동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수요를 반영해 지원관을 증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연간 3~4개까지증설하고자 해요. 전국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수요조사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도움의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고

  쉼터 퇴소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은 미비하다. 「아동복지법」의 대상인 보육 시설 퇴소 청소년이 20여 가지의 법적 지원을 받는 상황과 확연히 대비된다. 박현 동 관장은 쉼터 퇴소 청소년을 위한 법적 조 항이 전무한 실태를 이야기했다. “「청소년복 지지원법」 안에는 쉼터 퇴소 청소년을 보호하 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없어요. 구체적으로 쉼터 퇴소 청소년을 지원하겠다는 조항을 「청소년복지지원법」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죠.” 쉼터 퇴소 청소년 지 원을 다루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 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세부적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다.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경제 적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김희재 서울시립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쉼터 퇴소 청소년이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땅한 경제적 지원 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자립지원금은 없어요. 자립지원금을 받은 청소년이 있다면 해당 쉼터가개별적으로 후원을 얻었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서 확보한 예산을 자립지원금 용도로 사용한 것 이라 추측할 수 있죠.”

  자립지원금액이 상이한 이유는 지방자치단체 (지자체) 간 차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쉼 터협의회가 전국 쉼터와 청소년자립지원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장기쉼 터 30곳 중 자립지원금을 지원하는 쉼터는 5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역별, 후원자 연계 여부에 따라금액이 천차만별이었다. 청소년쉼터 소장 A씨는 자 립지원금이 제각각인 이유가 지자체 간 차이라 설명했다. “조례나 개별기관과 협력 등 다양한 이유로 각 지자체가 지급하는 자립정착금이 일정하지 않아요.”

잘못된 꼬리표를 끊어야 할 때

  쉼터 퇴소 청소년이 자립하기 위해 노력해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불량 청소년’ 혹은 ‘문제 아’라는 낙인을 찍고 상처를 입히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김희재 관장은 아직도 쉼터 퇴소 청소년을 부모에게 반항해 가출한 문제아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다고 언급했다.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는 시각으로 청소년쉼터가 언론 보도된 이 후, 청소년들이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발생했답니 다.” 쉼터 퇴소 청소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 쉼터 는 다양한 이유로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청소년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공간임을 인지해야 한다.

  김경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 정서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복 탄력성에 관한 한 연구에 의하면 빈곤하고 불 우한 가정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더라도, 아이를 지지해 줄 딱 1사람만 있 다면 그 아이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가정 밖 청소년들은 지지망이 부족한 상황이죠.” 쉼터 퇴소 청소년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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