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입니다. 화상 강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하던 중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잠시 동안의 정적. 침묵을 깨고자 이번엔 아예 한 학생을 지목했습니다. 황급히 켜진 카메라 뒤의 배경이 낯익습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풍경, 동시에 들려오는 소리. ‘이번 역은 신사, 신사역입니다.’ 

  사상 초유의 비대면 강의로 1학기가 지나갔습니다. 비대면 강의가 장기화됨에 따라 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강의의 질, 수업 방식과 관련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교육자 사이에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추진된 강의의 부족함에 학생들은 실망했죠.

  하지만 변화하는 교육 현장 속에서 학생들이 만든 불편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실시간 줌 강의를 방해하는 소위 ‘빌런(villain)’의 등장입니다. 일부 학생의 몰지각한 온라인 수업태도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줌 강의에 접속한 채, 딴 짓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카메라를 켜달라는 요청에도 계속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마이크를 타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잡담으로 수업은 중단되기 일쑤였죠. 보이지 않은 검은 화면 속에 숨어 수업에 훼방을 놓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심지어 줌을 켜놓고 강의 시간에 외출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수업을 준비한 교수의 노력은 무시당했습니다. 다른 학생의 집중력도 흩트려놓았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강이 가능하다는 것은 비대면 강의의 장점임이 분명합니다.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 가능하고 화면 녹화를 통한 복습이 가능하죠. 그럼에도 우리는 비대면 강의의 목적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비대면 강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을 활용해 수업하기로 결정한 운영방침입니다. 악조건에서도 우리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죠. 비대면의 특성을 악용한 일부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학습권이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선 안 됩니다.

  이제는 비대면 강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변화할 시기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기본적인 수업 예절을 지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수업을 들을 땐 불필요한 행동을 피해야합니다. 강의 도중 시스템 오류로 수업이 지연되면 예의를 지키면서 기다려주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1일, 대학본부는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 강의 원칙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비대면 강의. 대학본부는 지난 학기를 반면교사 삼아 개선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입니다. 강의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더 이상 비대면 강의를 방해하는 ‘빌런’이 나타나지 않길 바랍니다.

장준환 사진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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