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일화다. 미군은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전투기 대부분이 날개에 많은 총알을 맞은 것을 보고 해당 부위를 보강하기로 했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한 연구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날개 외에 조종석 같은 치명적인 부위에 총알을 맞은 전투기는 애초에 돌아오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날개가 부실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무사히 귀환해서 마음껏 날개에 대해 투덜거릴 테지만, 조종석이 부실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전투를 포기하거나, 피해를 감수할 뿐이다. 

  그토록 ‘전례 없다’던 펜데믹 상황을 마주하는 두번째 학기가 시작된다. 중앙대는 학생들의 치명적인 문제에 대한 우선적 고려가 과연 충분했는가. 수업의 질, 학점 산출, 수업 방식과 관련된 불만은 이미 수없이 제기됐다. 그리고 중앙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전투기의 부실한 날개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기에 다들 문제 제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 제기를 포기할 정도로 치명적인 사안들도 있다. 이들은 전투기의 부실한 조종석이다. 인원이 적을 뿐, 분명히 존재한다. 

  교수가 화상 강의 플랫폼 줌(Zoom) 수업을 하겠다며 당당히 요구하는 빠른 인터넷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다. 카메라를 켜고 개인의 생활환경을 낱낱이 공개해야만 하는 상황 역시 누군가에게는 부담이다. 줌 시험을 위해 요구되는 혼자 머무를 공간이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집에 개인 방이 존재하지 않은 학생이, 가족을 줌 카메라에 나오지 않도록 조정하기 힘든 학생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공동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필요할 때마다 개인 공간을 구하는 일이 수월할거라고 생각하는가? 대학본부에서 정하는 기조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이 바뀔 수도 있는 현재 상황에서 집을 구하는 일이 그저 ‘돈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뼈아픈 생계 부담인 학생도 있을 것이다.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 비록 수는 적을지라도 이들에게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고 부담을 지는 것이 치명적이라는 것. 

  이들에게 놓인 선택지는 역시 두 가지다. 포기하거나,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거나. 줌 수업이 아닌 강의를 찾아 헤매는 학생들, 대면과 혼합형 강의를 피해 시간표를 끼워 넣지만 실패하고 휴학을 고민하는 학생들, 인터넷을 찾아 코로나 시국에도 카페와 독서실을 떠돌 수밖에 없는 학생들, 시험을 위해 스터디 카페를 예약하고 스터디 룸을 결제하는 학생들, 대출을 받아 가며 거주할지 말지도 모르는 집을 어쩔 수 없이 계약하는 학생들. 

  대학은 포기한 학생들을 눈치채 주지 않고, 스스로 피해를 감수한 학생들은 대학이 당연시한다. 시급하고, 치명적인 문제를 중앙대는 고려하지 않았다. 슬픈 일이다.

이동준 편집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