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내 몸을 만지면/어떻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소중한 나는 내가 지켜요’ 유아 성교육 노래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해당 노래는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말하죠. 그런데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라는 단순 방어적 문장으로 제대로 된 유아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올바른 유아 성교육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김보람 서울시립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김혜선 ㈜고양이뿔 대표이사, 안하나 국공립유치원 교사, 이석원 성교육 전문기관 자주스쿨 대표, 이외순 성&인권상담연구소 이음 소장, 최재원 우정유치원 원장, A교수(유아교육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해당 기사는 개별적으로 취재한 인터뷰를 좌담회 형식으로 각색했습니다.


  기자 : 유아 성교육의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김보람 센터장 : 유아 성교육에 있어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성교육은 어느 특정 시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성 관련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성교육이 가장 좋답니다.
  A 교수 : 발달 측면에서 봤을 때 2~3세의 유아는 성과 관련한 정보를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신체 접촉이 가져오는 쾌감을 기억하죠. 이를 반복해서 탐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요. 이 시기 주변 성인이 보이는 태도에 의해 유아의 성 개념이 형성된답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성교육은 만 3세부터 시작해야 해요.


  기자 : 유아 성교육의 대부분이 피해 상황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안하나 교사 : 가해자가 유아의 시각에서 아동을 회유한다면 인지 능력이 부족한 아이는 피해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안전교육 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을 만들어 아이들이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해요.
  김혜선 대표이사 : 성인에 의한 유아의 성폭력 예방 교육은 사실상 대처방안밖에 없답니다. 유아는 성인이 일으키는 물리적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부모와 선생님 등 유아를 보호하는 어른들이 유아를 대상으로 한 강력 성범죄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해요.
이외수 소장 :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어요. 유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성교육 프로그램과 자료의 개발이 시급하답니다. 가정 및 기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법이 필요해요. 유아교육 기관과 가정 간 성교육을 연계해 일관성 있는 교육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럴 때 유아들은 올바른 성 지식과 건전한 성 태도를 형성할 수 있죠.


  기자 : 유아 성교육에서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요?
  이석원 대표 : ‘도와주세요!’와 같은 대처 교육과 함께 가해자가 되지 않는 교육도 해야 해요. 우선 자신과 친구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줘야 하죠. 서로의 몸의 경계를 알고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재원 원장 : 전문가와 협력해 영유아 발달을 고려한 성교육 지침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아도 본능적인 성 심리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성적인 놀이를 즐기기 때문이죠. 따라서 유아 발달 상황에 적합한 성교육 지도서가 반드시 필요하죠.
  김혜선 대표이사 : 성교육 시간에는 상호 소통하는 과정이 가장 필요해요. 유아의 발달을 고려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통해 최소 두 사람 이상의 보호자와 유아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의 성교육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랍니다.


  기자 :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일정 횟수와 시간의 성폭력 및 아동학대 교육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교육 진행은 각 기관의 재량으로 맡긴다는데요. 문제점은 없을까요?
  김혜선 대표이사 : 대부분 기관에서 시행하는 예방 교육은 주입식 교육으로 이뤄져요. 따라서 교육 당일에는 내용을 기억할 수 있어도 돌아서고 나면 아이들은 본인이 무엇을 배웠는지 망각하죠. 생활화가 될 수 있는 교육, 주입식이 아닌 토론 중심의 상호 교감형 교육이 필요해요.
  이석원 대표 :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유치원도 있지만 유아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곳들도 있어요. 기관의 재량에 따라 다른 상황이기에 제대로 교육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됐는지도 확인하기 어렵죠. 정부에서 성교육 강사를 파견하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등 성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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