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는 한학기다. 확산 추이는 사그라들만 하면 다시 커지고 백신은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는 듯하다. 개강이 2주 늦춰지는 등 학사 일정이 크게 바뀌었고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로 학기가 진행됐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시국에서 총학생회(총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학생사회의 의견을 응집해 대학본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 학생과 꾸준히 소통하며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게 바로 총학이다. 그러나 이번학기 동안 총학이 제 기능을 수행했는지 물어본다면 답은 물음표다. 

  서울캠 총학은 한발 늦은 대처를 이어왔다. ‘씬’은 코로나19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 의견 수렴에 있어 한발 앞선 대처를 보여주지 못했다. 에브리타임 등에서 학생들의 쌓인 불만이 표출된 후에야 혹은 대학의 조치가 이뤄진 뒤에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소통이 원활했는지도 의문이다. 학생들은 의견 수렴 과정을 파악하기 힘들었고 의견이 반영됐다는 효용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안성캠은 더 심각하다. 단 한번의 총장단 회의 결과 보고를 제외하면 코로나19로 야기된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활동과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강기림 전 안성캠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 사적 유용과 횡령 혐의로 사퇴했다. 그런데 수장이 있으나 없으나 차이가 없는 거 같다. 오히려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경각심이 생기는 게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다.

  선제적으로 등록금 반환 등 학생 의견을 수렴한 경희대 ‘무빙’, 대학본부에 학생 불만 사항을 알리고 대책을 함께 논의해 수강 학점 증대, 수강정원 증원 등 대안을 빠르게 관철한 성균관대 ‘이루리’ 등 타대 총학의 행보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지금부터라도 총학이 한발 더 나서야 한다. 이제는 이번학기를 반추해보며 앞으로의 일정 준비를 시작할 때다. 등록금 반환 역시 중요하나, 그 문제에만 갇혀있지 말고 학생사회를 다방면으로 세심히 살펴야 한다. 당장 다가오는 계절학기만 하더라도 성균관대 ‘이루리’는 수강인원 증원을 논의하고 있다. 계절학기와 다음학기 강의 진행방식뿐만 아니라 학점 부여 방식, 수강정원 증원 등 세부 조율을 시작해야 한다. 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하고, 교환학생과 유학생 문제도 심층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강의 질 문제 역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의 불만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학생의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연세대 ‘메이트’처럼 청원 답변의 형태로 학생 의견 수렴 창구를 구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타대 총학에게 본받을 점이 있다면 열심히 벤치마킹 하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쳐내라. 학생 대표자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다음학기에는 소통하고, 행동으로 증명하는 총학이 되기를 바라며 수첩을 닫는다.

 

고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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