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공백 메우고 ‘도로’ 되도록
  • 서아현 기자
  • 승인 2020.06.14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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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확장해 안전길 만들어
작은 이륜차에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3명이 타고 달리고 있다.
작은 이륜차에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3명이 타고 달리고 있다.
전동킥보드 유의사항 안내판 뒤로 보호장구 없이 2명의 학생이 킥보드를 타는 학생.
전동킥보드 유의사항 안내판 뒤로 보호장구 없이 2명의 학생이 킥보드를 타는 학생.

 

사각지대 속 사고는 
계속해서 방치돼

법률 개정 우선으로
안전의식 함께해야

아파트 단지, 대학, 병원 내 도로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는, 이곳이 일반 도로의 교통상황과 다를 바 없음에도 도로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에 도로 외 구역의 교통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률 개선, 제도 정비 등 다양한 보완책을 살펴봤다.
 

  개정하거나 신설하거나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도로교통법」 제2조에서 정의한 ‘도로’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항은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도로로 정의하고 있다. 해당 조항의 ‘장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으로 개정한 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별도로 명시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에 대통령령 조항을 신설해 공동주택단지, 학교, 주차장 등을 명시하면 도로 외 구역에서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다. 유천용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이러한 법률 개정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법률상 도로의 범위를 확대하면 교통사고가 잦은 대학 캠퍼스 및 공동주택단지 내 도로에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시설 강화 및 12대 중과실 처벌, 벌칙 조항 적용 등이 가능하죠. 이로써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미국과 홍콩에서는 「도로교통법」에 사도(私道) 구역이 명시돼 있어 일반도로와 유사한 수준의 법을 도로 외 구역에도 적용한다. 영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사도에도 도로 교통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난폭운전·부주의운전 등 47개 항목에 관해서 도로 외 구역에서도 규제하는 등 해외 교통 규칙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범위를 넓히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도로 외 구역에만 해당하는 새로운 조항을 만드는 방법도 제시된다. 먼저 도로 외 구역에서 보행자 보호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 차량 운전자에게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방식이다. 차량 운전자의 부주의한 운전을 막음으로써 도로 외 구역 사고에서 생기는 피해자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외에도 도로 외 구역에 적용할 안전규정 신설도 가능하다. 교통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운영 기준과 운전자 금지 행위 등을 법률로 명시하는 방식이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제한 속도를 설정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세부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도 함께 주장한다.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양원 교수(영산대 드론교통공학과)도 이에 동의했다. “도로 외 구역에서의 과속이나 난폭운전 등을 단속·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해요.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이죠.”

  도로가 아니어도 정비하자

   보다 안전한 도로 외 구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대학 캠퍼스의 경우 차량 동선과 보행 동선을 분리해 보행 안전성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 유천용 교수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을 이야기했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을 개정해 캠퍼스 내 도로에 관한 규정을 「도로교통법」 수준만큼 적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설 기준, 운영 방법, 운전자 의무 규정 등을 포함하죠.”

  오흥운 교수(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는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특징을 고려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주택단지, 학교, 산업단지, 상업시설별로 교통사고의 특징이 존재해요. 주차장은 후진 사고 비율이 높고, 주차장 외 구역은 회전이나 미끄럼으로 인한 사고 비율이 높게 나타나죠.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구체적인 기준과 매뉴얼을 수립할 필요가 있답니다.” 이외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캠퍼스 내 도로 또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의 정기 점검을 필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있다.

  도로 외 구역에서의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안전의식도 수반돼야 한다. 법률 개정과 규정 강화의 중요성만큼 안전을 위한 모두의 고민도 필수다. 도로 외 구역 시설의 주체, 보행 안전시설 설치자, 차량 운전자 등 모든 구성원의 의식 있는 실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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