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외 구역, 안전은 ‘도로’묵
  • 장준환 기자
  • 승인 2020.06.14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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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장 못하는 가짜 방지턱

 

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해왔습니다. 마지막은“방백 #도로_외_구역"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도로 외 구역과 관련 된 방백들을 한자리에 모았는데요. 끝으로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막이 닫히는 순간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심가은·박진용·최지환·서아현·우인제·장준환 기자 gana_sf@cauon.net

법이 포장하지 못해
위험한 ‘안전 비포장’ 도로

입 모아 개정을 촉구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학에서 여집합이란 전체집합 내에서 이미 구성된 집합 외의 요소들이 모인 또 다른 집합을 말한다. 도로에 여집합 개념을 적용하면 어떨까? 평소 떠올리는 ‘길’이라는 전체집합 중 「도로교통법」이 정의한 ‘도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여집합. ‘도로 외 구역’을 알아보자. 

  도로의 여집합

  「도로교통법」에서는 차도, 보도, 자전거도로, 터널, 교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로 구성된 곳을 ‘도로’라 칭한다. 그 외에도 개방된 장소로, 다수의 사람 및 이동수단이 통행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 확보가 필요한 장소를 포함한다. 하지만 교통 활동이 있음에도 「도로교통법」에서 정의하는 도로에 포함되지 않는 도로가 있다. 사적 주체가 도로 설계 및 관리의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바로 ‘도로 외 구역’이다. 

  오흥운 교수(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는 도로 외 구역의 개념을 설명했다. “특정인들 또는 장소와 관련한 용건이 있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고, 사적 주체가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장소에 있는 도로를 말합니다.” 캠퍼스 내 도로, 주차장 및 아파트 단지 내 통로 등 우리 주변에서도 도로 외 구역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유지에 드러난 사고 발생 사유

  도로 외 구역은 사유지의 특성을 가진다. 구역 소유자가 설계와 관리를 담당하는 사적 도로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의 규제 및 점검을 반드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지난 2018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대학 내 교통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20개 대학 모두 보도와 관련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됐다. 과속방지시설 설치가 미흡한 대학이 19개에 달했다. 교통안전 표시·표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대학도 14개로 집계됐다.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고려하지 않은 채 도로를 설치했고 관리도 미흡하게 해온 모습이다. 이렇듯 도로 외 구역은 교통시설 설계 및 안전 관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문제를 보인다.

  오흥운 교수는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 규제와 행정력이 적용되지 않는 도로 외 구역의 특징을 이야기했다. “공공에서 사용하는 설계기준은 대부분 안전성이 검증돼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준이 도로 외 구역에는 반영되지 않죠. 일반적으로 구역 소유자는 안전시설 설치비용을 낮추려 해당 구역의 안전 수준을 보장하지 않는 조치를 해오고 있어요.”

  도로 외 구역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가해자의 처벌이 어렵다. 해당 법률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한다. 유천용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도로 외 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대부분 반영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음주·약물 운전 및 사고 후 도주를 제외한 12대 중과실을 저질러도 도로 외 구역이라면 형사처벌에서 제외됩니다. 벌칙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니 운전자의 안전운행 의식이 결여되죠.” 12대 중과실이란 교통사고 중 죄질이 무겁다고 분류된 교통사고 유형이다.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서 12대 중과실에 의한 사고를 일으키면 무조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만약 도로 외 구역에서 운전자가 과속운전을 통해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12대 중과실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셈이다. 

출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교집합을 만들어야 할 때

  문제는 도로 외 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조사한 ‘도로 외 구역 교통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체 교통사고 중 약 15.6%가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해당 구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3년간 약 12.3% 증가했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공동주택의 대형화에 따라 도로 외 구역이 많아졌고, 이는 교통사고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단지가 대형화되고 공공시설 규모도 이전보다 확대됐습니다. 도로 외 구역이 그만큼 늘어나면서 차량도 많아지고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점유율이 높아진 거죠.” 그러나 경찰신고, 사고조사의 의무도 없어 국가의 공식 교통사고 통계에 집계되지도 않는다. 이처럼 도로 외 구역의 안전관리 실태를 파악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존재하더라도 개선이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대전의 한 어린이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걷던 중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지역이 도로 외 구역으로 분류돼, 가해자는 1심에서 12대 중과실로 인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가 받은 형량은 금고 1년 4개월이었다. 이에 반발해 지난 2018년 1월 도로 외 구역의 교통사고와 관련한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글이 게시됐다. 약 20만명이 청원에 참여하자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아직 개정 발의안만 제출됐을 뿐 진척은 없다.

  최양원 교수(영산대 드론교통공학과)는 도로 외 구역 문제를 공론화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한속도를 설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해요. 단지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요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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