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가 기억에 남을 명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장내는 일순간에 고요해집니다. 리사 심슨을 포함한 어린 소녀들의 사랑 ‘말리부 스테이시’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말하는 인형입니다. 리사의 기대가 무색하게 스테이시는 생뚱맞은 말만 내뱉습니다. “남자들이 우릴 좋아하게 화장품을 사자” “생각 많이 하면 주름만 늘어” 리사는 가족과 친구에게 스테이시의 발언을 지적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리사는 주변인의 외면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인형을 개발한 스테이시 로벨을 찾아가죠. 로벨 역시 성차별적인 발언에 문제를 느낍니다. 결국 리사와 로벨은 말하는 인형을 새롭게 만듭니다. 지혜와 재치 그리고 끈기와 상식을 토대로 건설적인 발언을 하는 ‘리사 라이언하트’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해당 에피소드가 방영된 지 16년이 흘렀지만 중앙대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말리부 스테이시의 발언이 만연합니다. 불행 중 다행은 우리 곁에 적지 않은 리사 라이언하트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자는 중앙대의 리사 라이언하트인 제6대 서울캠 성평등위원회(성평위)에 성평위의 구조적 한계와 총여학생회(총여) 재건의 당위를 물었습니다. ‘중앙 라이언하트’는 여자도 인간이라는,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톡톡을 보냈습니다.

  “지난 2018년 9번의 성폭력 폭로가 있었어요. 자신의 삶을 건 폭로에도 뒤따라오는 의심과 비난, 마땅히 응답해야 할 자치기구의 침묵을 기억해요. 여학생을 향한, 기록되지 않은 일상의 폭력도 기억해요. 성평위의 걸음마다 마주치던 거센 반동과 성평위를 무너뜨리려는 총학생회(총학)의 탄압도 똑똑히 봤어요.”

  “총학생회장의 허락 없이는 종이 한장 사지 못했고 공문 하나 쓰지 못했어요. 여성주의를 추구하기는커녕 여성주의를 강요해서 죄송하다는 부끄러운 사과문을 써야 했죠.”

  “총학생회장의 성인지감수성이 사업 집행을 좌우해요. 오픈세미나를 준비할 때 총학생회장이 ‘클럽에서 여성이 재화화된다’고 표현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해서 2시간 동안 설득했어요. 기본적인 가치조차 이해하지 못하니까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어요.”

  “여성주의 총학이 세워지더라도 임기 중만 괜찮지 반여성주의 총학으로 바뀌면 또 무너질 거예요.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성평위의 구조가 문제라는 뜻이죠. 선출직이 아니어서 총학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총여가 필요한 이유는 ‘총학생회장이 허락한 페미니즘’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어요. 해마다 총학 기조에 따라 성평위의 권한이 달라지는 게 불안하고 위태로워요.”

  지난 1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배우자의 연령이 만 49세 이하”여야 신혼부부라고 합니다. 지난 2016년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 시절에서 한보도 나아가지 못한 실정이죠. 여성을 ‘애 낳는 기계’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여학생은 정말 소수자가 아닐까요? 성평위면 정말 충분할까요?

 

전영주 뉴미디어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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