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대학본부의 세 가지 사건이 그렇다. 첫번째는 직접 겪었던 일이다. 18년 학내언론 중앙문화의 기자 신분으로 기획팀 장우근 팀장에게 유학생 등록금 인상 근거를 물었었다. 그는 지금껏 등록금 인상에 있어 근거를 대도 학생들은 “단 한번도 동의한 적이 없었다”며 “숫자로 뽑아낼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당당함이 놀라웠다.

  두번째 일은 스스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원칙마저 무너뜨린다. 대학본부는 유학생 등록금 인상이 ‘수혜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인상분은 유학생 직접교육비로 쓰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주장과도 상통한다. 실제로 올해 등심위에서도 2억3000만원을 유학생 전공단위 교육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억3000만원은 작년의 인상률인 1.9%에만 해당하는 인상분이다. 누적된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인상분 사용처는 회의록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의 인상이 수혜자 부담 원칙에 근거했다면 작년까지의 누적 인상률 약 12% 일체가 유학생의 직접 교육비로 쓰여야 한다. 13억8000만원을 2억3000만원으로 갈음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머지 11억5000만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세번째 사건의 주인공인 김창수 전 총장이 힌트를 준다. 작년 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재정에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유학생은 국내 대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102%를 부담한다”고 자랑한다. 곧이어 “학생 입장에선 본인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두배 이상을 교육비로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인다. 뒷 문장의 ‘학생’은 논리적으로 한국 학생을 의미한다. 원칙은 기괴하게 변형됐다. 수혜자 부담 원칙의 수혜자와 부담자는 달랐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창수 전 총장은 자신이 회계학 교수라며 자신감마저 내비친다.

  일련의 일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유학생 등록금 인상 자체가 근거 없는 차별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당당하게 이 사실을 떠벌릴 수 있는 것일까?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야 할 학생사회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글이 올라오는 학생 커뮤니티에도 유학생 등록금은 언급되지 않는다. 심지어 양캠 총학생회는 등심위에서 각각 공약 사항과 관련한 예산을 요청한 뒤 5% 인상안을 조용히 수용한다. 

  온전히 학생들 탓으로 돌리고자 함이 아니다. 침묵의 이유를 묻는 것이다. 취업 때문에 바빠 학생사회는 이미 ‘죽은’ 지 오래이기 때문인가? 모르는 소리다. 학생사회는 아직도 심층에서 펄펄 끓고 있다. 수없이 많은 집합적 요구가 솟구쳤다가 사그라지고 있다. 그보다는 언제부터인가 개인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는 문제는 인지조차 안 되는 탓이 크다.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화를 배우는데 우리의 세계는 갈수록 작아지는 듯하다. 유학생 등록금 문제는 우리 세계 바깥의 문제,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된 것만 같다.

박기현 학생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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