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이 바꾼 세상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0.06.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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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심주의’를 내걸고 활동해 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피해자에 의한 폭로로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쟁점은 정의연과 윤미향 전 이사장의 기부금 유용 및 부정회계 의혹이다. 회계상 사라진 억대의 국고보조금과 기부금,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를 명목으로 조성해 지난 4월 헐값으로 매각한 ‘안성 쉼터’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정의연은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켰을까. 

  첫째, 기부자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기부는 개인이 내민 손길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기부금 회계의 투명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기부를 꺼릴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올바르게 기부금을 관리하는 모금단체에도 전가될 수 있다.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의원은 기부금을 개인 명의계좌로 처리한 행위에는 잘못을 인정했으나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에는 침묵하고 있다. 정의연의 회계 논란이 일은 이 시점은 기부금이 필요한 목적에 따라 정확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시민단체 스스로의 점검과 회계 투명화가 필요한 때다.

  둘째, 시민단체와 국가기관의 유착 관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감시자 역할을 담당하는 시민단체는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시민단체는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 단체를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과 시민단체의 유착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조국 사태 당시 ‘참여연대’의 침묵 대처에서 확인된 바 있다. 정의연 사태를 마주한 여성가족부의 뒷북 대응 역시 동일했다. 지난달 21일 여가부는 2년간 정의연에 지원한 약 10억 원의 국가보조금 배분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보조금 집행 조사에 착수했다. 

  셋째, 일본의 몇몇 언론과 극우 성향 세력들이 정의연 사태를 빌미로 한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칼럼을 통해 ‘정의연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단체의 존립 기반이 없어진다’라고 지적해 일본 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은 “그들의 목적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영원히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일” “역시 거짓말쟁이 민족”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정의연을 반일 운동 단체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높아지면 위안부 문제의 끝은 없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사태의 진상을 밝힌 후 양국이 함께 미래를 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실로 정의연은 위안부 운동의 많은 변화를 일궈왔기에 30여 년의 인권 운동사 전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안부’라는 중대한 역사적 문제를 앞세워 평화와 인권을 외치기 이전에 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기부 문화, 시민단체의 역할, 한일관계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많은 숙제를 던져줬다. 따라서 정의연이 불기소처분을 받더라도 이번 사태를 ‘단순 오류’로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들은 정의를 위해 무엇을 기억하며 누구와 연대하려 하는가.

 

김민지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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