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美를 탐닉하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0.06.0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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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크로키 동아리 ‘손놀림’
화선지에 먹과 주묵(朱墨)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승희 전 회장은 좋아하는 그림의 종류로 한지에 그린 작품을 꼽았다. 한지는 번지는 효과를 활용한 살결 표현이 잘 어울린다.
화선지에 먹과 주묵(朱墨)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승희 전 회장은 좋아하는 그림의 종류로 한지에 그린 작품을 꼽았다. 한지는 번지는 효과를 활용한 살결 표현이 잘 어울린다.
갱지에 펜으로 그린 작품이다.
갱지에 펜으로 그린 작품이다. 사진제공 손놀림 동아리

‘누드’라는 은밀한 단어에 이끌려 이곳을 찾았는가? 벌거벗은 모델을 눈앞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니 낯설고도 민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체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재현의 대상으로써 그 아름다움은 구석기 시대의 풍만한 여인상, 르네상스 시대의 다비드상 등 다채로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해 왔다. 

  중앙대에도 인체가 주는 감동을 빈 종이에 옮겨내는 한국화전공 누드크로키 동아리 ‘손놀림’이 있다. 손놀림의 한승희 전 회장(한국화전공 4)은 동아리 소개에 앞서 변화무쌍한 인체의 매력을 귀띔한다. “누드크로키는 단일한 소재인 인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 움직임은 무궁무진해요. 모델의 개성에 따라 수만 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죠.”

  낯설지만 매력적인
 
크로키(croquis)는 초안을 뜻하는 불어로 짧은 시간 내에 개괄적 형상을 대담하게 그려내는 화법이다. 그중에서도 인체의 굴곡을 자신만의 ‘선’으로 표현하는 누드크로키는 인체를 이해하고 균형 잡힌 형태 묘사에 집중한다. 한승희 전 회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을 설명한다. “누드크로키를 그릴 땐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모델을 그리기도 하고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뼈와 근육의 모양까지 섬세하게 묘사하기도 해요. 모델 역시 역동적인 무술을 선보이거나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움직임이 각양각색이죠.” 

  인물 크로키를 그리려면 모델이 있어야 한다. 손놀림은 활동 전주에 익명 투표로 모델의 성별, 체형, 연령대를 정하고 대행사를 통해 모델을 섭외한다. 한승희 전 회장은 해당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한다.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항상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모델이 오지는 않아요. 대행사 측 문제로 모델이 오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죠.” 동아리 회원 임현정 학생(한국화전공 3)도 그때의 기억을 덧붙인다. “작년 마지막 활동 날이었어요. 모델이 오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라 다들 당황했죠.”

  ‘사람’이 대상이기에 당일 방문하는 모델이 활동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한승희 전 회장은 활동 당시 인상적이었던 모델을 회상한다. “무협지에 나오는 만화 캐릭터처럼 꾸민 모델이 있었어요. 역동적인 무술 동작을 취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이었죠. 처음엔 난감했지만 모델 덕분에 다들 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배려와 존중으로 완성하는
 
모델과 함께하는 드로잉 시간에는 동아리 내 규칙 준수가 필수적이다. 임현정 학생은 특히 출입 통제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누드크로키 특성상 보안이 가장 까다로워요. 아직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매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죠.” 한승희 전 회장은 실력 향상보다 중요한 가치는 ‘태도’에 있다고 강조한다. “누드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상호 간 예절이 중요해요. 드로잉을 할 때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모델에게 매너를 지켜야 하죠. 쉬는 시간에는 모델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회장이 미리 포즈나 감정 등 동아리원들의 의견을 모아 모델에게 전달해요.” 드로잉이 끝나면 서로의 그림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승희 전 회장은 해당 활동 역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타인의 작품에 지나친 비난과 비평은 삼가야 해요. 피드백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함이죠.” 

  손놀림의 한학기 동안의 결과물은 2학기에 교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누드크로키 전시회는 주로 808관(조형관) 내 서라벌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임현정 학생은 동아리 전시회 작품 중 20초 동안 진행한 크로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시도했을 때는 20초가 너무 빠르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도 적응해 나가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한승희 전 회장은 누드크로키가 생소한 소재인 만큼 그 경험은 더욱 값지다는 말을 전한다. “누드크로키는 미대생도 수업 외에는 접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친구들과 작품으로 소통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죠.” 손놀림의 행보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한승희 전 회장은 포부를 밝히며 동아리 규모의 확장을 기대한다. “동아리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작은 외부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동아리 규모가 더 커지면 다수의 모델을 그리는 시간도 가져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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