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을 활용한 수화 노래 시리즈 (사진출처 딩고뮤직)

전문가들은 우선 「한국수화언어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은 수어의 지위를 규정하고 농인이 수어로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안의 강제성이 부족해 교육, 종교, 문화 등의 활동에서 수어 제공은 제한적이다. 

  수어 통역사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수어 통역사는 아직 부족하다. 수어 통역사 양성과 자격 부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수어 통역사에게 적정한 대우가 필요하다. 한국수어통역사협회 조성현 회장은 “수어 통역사들의 인권향상 및 처우에 대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문 언어 통역사인 수어 통역사를 자원봉사원 정도로 보고 있는 시각과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해, 존중, 인정

  농인과 수어를 향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청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농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소수 문화 공동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못 듣는 사람들이 아닌 더 잘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허명진 교수(부산가톨릭대 언어청각치료학과)는 “청인은 태어나면서 소리를 들어 구어가 자연스럽듯이 농인은 태어나면서 수어식 언어가 자연스럽다”며 “일반인은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가 비정상적인 언어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일 교수(한국복지대 한국수어교원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장애는 한 개인의 신체기관의 손상과 기능 저하에 의해 발생하며 이를 제거하거나 완화함으로써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차별철폐를 위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농인은 수어 등의 시각적 의사소통 방법으로 학습, 사회 참여를 더 잘 할 수 있지만 청인이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요구함으로써 농인의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청인의 오해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농인과 수어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농문화연구원 김유미 원장은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다른 체계의 언어이며 한국수어는 한국어 단어를 그대로 손짓으로 옮겨놓은 기호가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인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는 데 청인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의 농인 연구와 수어 교육에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김유미 원장은 “한국수어와 농문화 등에 관한 기초연구, 한국수어교원 양성, 교원을 통한 한국 수어 교육 순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한국은 선후가 바뀌거나 동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정당한 편의

  농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김유미 원장은 “농사회의 지도자들이 먼저 자신들의 언어를 소중히 여기고 보전해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수어와 연관된 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 결과물이 한국수어 보전에 기여하는지 늘 고민하고 한국수어가 오용되고 악용되지 않도록 지킴이 역할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수화노래가 청인의 관심을 끈다는 이유로 자주 활용됐다. 그러나 수화노래는 실질적인 농문화라고 보기 힘들어 한국수어 보전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농사회 인구 유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제안과 활동도 요구된다. 김유미 원장도 “농인이 지역의 농아동을 찾아내 함께 양육할 수 있는 양육자가 돼야 한다”며 “그 아이들에게 한국수어와 공동체를 향유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정책을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세력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농인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허일 교수는 수어 등의 시각적 의사소통 방법으로 농인이 사회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허일 교수가 언급한 수어 등의 시각적 의사소통 방법을 ‘정당한 편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학교, 직장, 법원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만 한다. 사회는 청인 중심의 방법을 강요하고 억압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농인의 방법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농인들이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허일 교수는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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