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솔롱고스, 무지개라는 뜻이에요.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죠. 무지개처럼 꿈을 좇아 여기 왔어요.” 

  지난 2005년부터 이어져 온 대학로 대표 뮤지컬 <빨래>는 서울의 골목 어귀를 살아가는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솔롱고와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다. 

  아름답게 펼쳐진 무지개를 좇아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다. 한국 사회는 이주 노동자의 일상을 배려하지 않았다. 밀린 네달 치 월급은 대상이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개 속에 묻혔다. ‘솔롱고’라는 멀쩡한 이름이 존재함에도 주인공은 한국 사람들에게 ‘몽고’ 혹은 ‘불법체류’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했다.

  하지만 먹구름 사이에도 언뜻언뜻 햇빛이 비치기 마련이다. 뮤지컬 <빨래>의 진가는 동네 주민 간 유대에서 나온다. 공장장의 횡포에 좌절하던 솔롱고는 순박한 시골 소녀 ‘나영’과 사랑을 키우며 슬픔을 위로받는다. 뇌성마비를 앓는 딸과 함께 살아가는 와중 투박하게나마 이웃을 챙기는 주인 할머니도, 동대문에서 옷을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는 옆집 희정엄마도 솔롱고가 서울 생활을 이겨내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실제로 주변에서 볼 법한 설정과 성격은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의 감정이입에 크게 일조한다. 인물 간 오가는 애정 어린 대화 속에 개인의 서사가 녹아있다. 

  각자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애환에도 같이 울고 웃으며 공감하는 주민들. 이들이 한데 모여 함께 너는 빨래에 주목해보자. 누가 알까, 빨랫줄이 당신의 젖은 마음을 함께 말려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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