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양한 복지 제도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존재한다, 비정부기구는 이곳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인권 등 여러 영역에서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한다. 하지만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단체의 특성상, 재정 구조와 운영에 제한이 있다. 비정부기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갈 방법을 알아봤다.

  재정적 뒷받침으로 건강한 구조를

  비정부기구는 좁은 의미로 비정부적, 비영리적, 공익적 성격을 가진 기구를 뜻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하고, 사회 변화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비정부기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재정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주로 정부 지원, 수익사업, 기부금 등이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영리 기업처럼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해 수입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확보와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현경 전문위원은 국내 비정부기구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한계를 언급했다. “정부는 주로 사업 단위로 지원하기에 단기적이라는 한계를 지니죠. 오히려 정부지원을 받으면 사업 추진과 함께 기관의 재정이 열악해지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해요. 사업에 필요한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규모와 함께 느는 인건비 지출을 지원받지 못해서 발생하는 모순이다.

  비정부기구의 재정 구조적 한계는 자극적인 모금 광고가 성행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비정부기구의 수익 구조에서 후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모금 성과가 비교적 큰 빈곤포르노그래피 형태의 광고를 포기하지 않는 셈이다.

  리듬오브호프는 자유로운 재정구조를 구축해 소외이웃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는 후원·모금 콘텐츠 제작에 있어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례자의 얼굴 노출이 불가피하더라도, 영리적 목적에서 콘텐츠의 구성요소를 임의로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거나 창작자의 욕심으로 과도한 각색 혹은 자극적인 연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죠.”

  비정부기구는 설립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강좌 운영, 정기 간행물 발행, 광고 수입 등의 형태다. 하지만 전현경 전문위원은 수익사업을 통해서도 재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수익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운영비를 마련하는 기관은 매우 드뭅니다. 애초에 비정부기구 설립자는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수익사업과 관련한 투자금을 확보한 기관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사업을 진행할 전문성도,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다.

  아프리카인사이트 허성용 대표는 비정부기구를 건강하게 운영하기 위한 이상적 형태의 재정구조를 제시했다. “기구 비전에 공감하는 개개인의 후원금이 모여 단체의 운영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상태가 가장 바람직합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요. 이와 같은 재정구조를 만들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비정부기구 스스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후원·모금 시스템을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치를 우선해 나아가려면

  비정부기구는 시민들의 후원과 지지를 얻기 힘든 어려움을 지닌다. 허성용 대표는 기구가 가진 특성이 그 원인이라고 이야기했다. “비정부기구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부분을 다루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는 힘들죠. 장기적으로 인식을 바꿔 가는 캠페인은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아요. 후원의 수혜자가 분명하고, 시급한 해결을 유도하는 구호·지원 사업보다 지지받기 어렵답니다.” 

  신뢰성과 책무성을 높임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다. 허성용 대표는 후원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해결방법으로 제시했다. “후원자와의 상호이해, 그들의 참여 증진을 위한 고민이 필수적이에요. 잘못된 것을 고치고 반성하는 태도 또한 필요하죠.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고 다가가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편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은 비정부기구는 운영에 어려움이 더해진다. 전현경 전문위원은 비정부기구의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한국은 대형기관, 국제기구 등 상위 20개 기관에 민간 모금액의 약 80%가 집중되고 있어요. 기부를 결정할 때 유명한 단체를 더욱 신뢰하는 경향 때문이죠.” 규모가 작은 단체들은 후원·모금 캠페인 사업을 운영하기도 어렵다. SNS가 발달함에 따라 온라인 마케팅, 빅데이터 분석,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 운영 등 더 많은 투자가 당연해졌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비정부기구는 윤리 규정 등 내부 규정 마련과 체계적인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전현경 전문위원은 소규모 비정부기구의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에는 비정부기구를 운영할 자금이나 관련 교육, 사업 관련 지식을 제공하는 중간지원기관이 존재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기관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지원기관의 확충으로 여러 비정부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비정부기구는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할까. 윤리와 효율이 부딪힐 때 비정부기구가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윤리'다. 전문가들은 윤리적 가치를 지키는 범위에서 효율적인 모금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진정성 있는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지속가능한 모금 생태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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