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간호대, 간호계의 맹주를 꿈꾸며”
  • 김강혁 기자
  • 승인 2020.06.0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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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출 간호부총장 특별인터뷰

“간호는 도구를 가지고 
임하는 활동이 아닌, 
간호사 자신이 도구여야”

합병은 양측 모두 
최선의 선택이라 평가해

 

사진 고호 기자
사진 고호 기자

 

중앙대와 구 적십자간호대학이 합병된 지 올해로 9년째다. 합병에 따른 조건 중 하나는 간호부총장 직위 신설이었다. 이에 당시 구 적십자간호대학 조갑출 총장이 간호부총장에 선임돼 그간 적십자간호대 업무를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오는 8월 그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조갑출 간호부총장을 만나 합병 당시 회고를 듣고 적십자간호대가 마주한 현안을 물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간호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현 시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간호의 가치가 재인식됐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을 때 전국의 간호사들이 대구 파견을 자처한 모습은 의료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간호사의 가치를 스스로 제고했다고 평가합니다. 간호사의 자원봉사 정신, 헌신, 국민 건강을 지키는 사명감이라는 이타적 가치관이 제대로 빛을 발했습니다.”

  -간호 환경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고 본다. 간호학도에게 보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실무 역량을 요구하는데.
  “임상실습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습은 점차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졸업 후 간호사의 실무 역량 저하는 우리나라 간호계의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적십자간호대는 현장 재현형 실습교육을 위한 여러 인프라를 구축했고 매년 보강해 나가고 있습니다.”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에 위치한 통합간호실습센터가 실무 역량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지.
  “통합간호실습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현장 재현형 실습 시스템입니다. 실제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 소모품으로 병원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합니다. 학생들은 환자와 비슷한 생리 현상을 구현하는 전자인간을 대상으로 실습하게 됩니다. 병원현장에서의 실습이 제한적인 현 상황에서 통합간호실습센터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번학기 임상실습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실습 기관(병원, 보건소)이 임상실습 학생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 모든 간호학과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핵심 기본 간호술과 관련해 동영상을 시청하고 사례기반 상황실습(VSim)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면실습이 꼭 필요한 <기본간호학>, <건강사정실습> 강의는 이번달 말에 1주일 정도 집중 이수하고 2학기 실습의 경우 개강을 앞당겨 다음달 말부터 진행할 계획입니다.”

  -간호교육인증평가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간호교육인증평가는 전국 200여개 간호대학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중요한 평가입니다. 해당 평가에서 인증을 받은 교육기관의 학생만 간호사 국가고시를 응시할 수 있습니다. 평가를 위해 자체 평가위원 교수님들은 겨울방학 내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현재 서류 접수를 마쳤고 다음달에 있을 현장 실사를 위한 증빙서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적십자간호대의 인프라와 역량으로 볼 때 간호교육인증평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열심히 준비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2011년 11월, 중앙대와 구 적십자간호대학 간 합병 등기절차가 완료됨으로써 두 대학은 완전한 통합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당시 간호학과 동문회는 합병 전제조건 중 ‘적십자’ 교명 사용과 동문 승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간호학과 학생들도 합병에 불만을 표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 조갑출 간호부총장의 회고를 들었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대학의 합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겠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마치 용광로 속을 통과한 느낌이 듭니다. 논란과 갈등의 회오리를 온몸으로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합병 상황에서의 갈등은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준이었지만 당시 저로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고 상처도 컸습니다. 법인과 대학본부 차원에서의 합병 후속처리와 지원은 잘 이뤄졌습니다. 다만 동문, 학생과의 갈등이 못내 아쉽습니다.”

  -어떤 갈등이 있었나.
  “구 적십자간호대학의 구성원은 교명, 역사, 동문을 승계한다는 조건으로 중앙대와의 합병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중앙대 간호학과 동문회와 학생회에서는 이를 거부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구 적십자간호대학에서 중앙대로 편입하는 학생들을 반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들 입장도, 동문 입장도 이해가는 측면이 있지만 다양한 주체를 융화시키기 힘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 적십자간호대학 동문의 상처도 컸겠다.
  “구 적십자간호대학은 보건 의료계 명문으로서 동문의 자부심도 상당합니다. 그래서인지 합병을 아쉬워하는 보건 의료계 여론이 컸습니다. 기존에는 오롯이 간호학에만 집중하던 대학이었지만 종합대학에 통합되면 여러 단대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동문의 마음이 떠나지 않도록 이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을 추스르는 일이 제 몫이기도 했습니다.”

  -중앙대와 구 적십자간호대학의 합병을 현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합병은 양측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간호학과 입장에서는 숙원이었던 단대 승격이 확정됐고 인적, 물적 인프라가 확충됐습니다. 구 적십자간호대학의 입장에서도 단독으로 4년제 승격이 힘든 상황에서 중앙대와의 합병으로 승격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는 합병으로 얻은 혜택이기에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국내외 다양한 합병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라 평가합니다. 또한 상해 임시정부 시절 독립군 부상병 간호를 위해 창학한 구 적십자간호대학의 구국 역사는 민족사적으로 귀합니다. 교명, 역사, 동문 승계를 부정하는 행태는 이제 종식하고 미래를 위한 발전과 도약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간호부총장직에 임했나.
  “합병 초기 갈등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갈등을 봉합하고 적십자간호대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 2년 동안은 구 적십자간호대학에 남은 2,3학년이 합병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무사히 졸업시키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구 적십자간호대학 학생 중 중앙대로 편입한 학생들이 중앙대 재학생의 반대 정서에서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평동과 흑석동 양캠을 오가며 바쁘게 보냈던 시절이었습니다. 합병의 후유증과 후속 업무를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지만 동문회 통합은 아직 성사되지 못한 상태라 매우 아쉽습니다.”

  -간호부총장으로서 거둔 성과가 있다면.
  “적십자간호대가 크게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합병 후유증 해결이 제 소임이었고 그 소임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건강간호대학원 신설부터 지금까지 원장직을 겸했습니다. 우수 의료기관의 간호사나 중간관리자가 대거 입학해 입학자원이 좋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건강간호대학원이 보건 의료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장해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재임기간 중 발전기금 모금도 성과였습니다. 총동문회와의 통합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구 적십자간호대학 동문이 중앙대에 발전기금을 많이 납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합병 과정에서 상처받은 구 적십자간호대학 동문을 보듬고 떠나지 않게 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를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Year of the Nurse and the Midwife 2020)’로 지정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간호사들의 공헌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맞기도 했다. 40여년간 간호 교육에 몸담아 온 조갑출 간호부총장에게 중앙대 간호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앞으로 간호사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가 즐겨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간호는 기계를 가지고 임하는 게 아니다. 간호사 자신이 도구다.’ 결국 이 말은 간호사의 정신과 품성이 간호의 질을 담보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헌신, 사명감, 봉사 등은 낡은 가치관이 아닙니다. 물질문명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 사회에서 다시 부상하고 주목받는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지식교육 이외에 이타적 사고와 도덕성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중앙대의 정신인 의로움과 참됨에 적십자의 박애와 봉사 정신이 녹아든다면 중앙대 졸업생은 미래사회에 가장 경쟁력 있는 간호사가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적십자간호대가 개선할 측면은 무엇인가.
  “간호를 전공한 학생은 전문성을 살리면서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간호 교육을 받은 학생은 병원은 물론 공무원, 교사, 산업체 건강관리자, 국제기구 종사자,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간호학도가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적합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때 앞서 말했던 이타적 가치관과 도덕적 품성을 지닌 간호사 양성은 기본입니다.”

  -적십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겠다.
  “간호사는 세계 공통의 의료 전문직이기에 보건 의료의 세계적 추세와 글로벌 매너 및 문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중앙대의 국제적 위상과 적십자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잘 활용할 전략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적십자간호대의 발전기금을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사용했으면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간호 교육자를 초청해 우리의 선진 간호 교육을 공유하고 해외 석학들을 초청한 국제학술대회를 강화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기구에서 간호사가 활동할 분야도 있기에 학생들에게 국제기구 활동을 장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간 학교법인 차원의 합병 약속 이행과 대학본부의 배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적십자간호대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리더를 많이 배출한 명문대학으로 우뚝 설 날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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