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5.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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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전’을 다룬 또 다른 콘텐츠 :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지난 1994년 제작된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2D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에 쓰인 ‘폼포코’는 너구리가 배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애니메이션 속 너구리에게 통통 배를 두드릴 여유는 없었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타마 뉴타운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강행한 인간의 개발로 숲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너구리들의 사투를 다룬다.

  “우리가 살 숲이 없다!”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에 대응해 너구리들은 ‘인간 대항 프로젝트’를 꿈꿨다. 그들은 인간에게 숲의 개발을 멈추라고 호소하고자 그간 금지됐던 변신술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인간에 대응하는 ‘인간연구 5개년 계획’을 감행했다. 

  인간으로 둔갑한 모습과 다큐멘터리에서 볼 법한 자연 속 모습을 오가는 너구리에게는 인간의 이면이 투영되기도 했다. 한데 모여 계획을 논의하고 때로는 의견충돌로 인해 파를 나눠 싸우기도 하는 너구리의 모습은 마치 인간사회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결말은 비극이었다. 결국 너구리는 현실에 굴복했다. 뉴타운 프로젝트에 숲을 빼앗긴 너구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변신술이 불가능한 너구리는 어디론가 터를 찾아 떠나갔고 변신술을 학습한 너구리마저도 인간의 삶에 억지스럽게 스며들었다. 숲과 공존해 살아가던 과거의 행복이 담긴 너구리의 향수는 그렇게 향을 잃어버렸다. 

  작품 속 너구리는 생태계 전반을 아울러 상징한다. 극의 막바지에서 너구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관객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TV에서 그러죠? 도시 개발로 너구리나 여우가 모습을 감췄다고요. 너구리나 여우는 변신이라도 하지만 토끼나 족제비는 어떻게 된 거죠? 스스로 모습을 감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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