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라는 관용어가 있습니다. 갓 쪄내 김이 폴폴 나는 감자는 너무 뜨거워서 삼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함부로 뱉어내지도 못합니다. 이에 빗대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일컫는 말로 ‘뜨거운 감자’라는 관용어가 쓰이곤 하죠. 몇년째 산업 전반에서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의제가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중앙대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포괄산정임금제도(포괄임금제)가 그 주인공입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 체결에 있어 기본임금에 제수당을 포함해 지급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사용자에게 불이익이 없으면 이를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에는 적용 범위를 명문화한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보통 제도는 명확한 법률에 기반하기 마련인데 말이죠. 그렇다면 법으로 정해진 바 없는 포괄임금제를 어떻게 시행할 수 있었을까요?

  근로자의 노동을 양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직업군이 존재합니다. 이 경우 시간 외 근로 수당을 실제 일한 시간에 상관없이 일정 규모를 정해 지급하는 관행이 형성됐습니다. 이 관행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렇게 자리 잡게 된 포괄임금제는 지난 2012년 중앙대에도 도입됐습니다. 노사는 실제 초과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월 20시간을 초과 시간으로 산정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죠.

  지난 2018년 5월 15일 중앙대 노동조합(노조) 임시총회가 열렸습니다. 회의에서 조합원들은 포괄임금제를 전면 폐기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습니다. 당시 노조는 초과근로수당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죠. 같은 날 대학운영위원회에서는 「연봉제급여규정에 관한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상여금 폐지, 초과근로수당 관련 조항 신설 등 포괄임금제를 더욱 원활히 시행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조는 반발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에 관한 규정 개정은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학본부는 지난 2015년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노조와 대학본부는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대학본부는 정부가 사무직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교섭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포괄임금제 폐지 시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 내 갈등 또한 불거졌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12일 진행된 임시총회에서는 포괄임금제에 관해 노조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한 총회 승인 없이 임금 관련 합의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노조 내에서 나오기도 했죠.

  도입 이후 7년이 지난 지난해 7월, 포괄임금제 논란은 노사가 합의를 거쳐 매듭지었습니다. 노사는 원활한 소통과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중앙대 내에서 마무리된 포괄임금제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앙대 내에서도 여러 논란을 낳은 포괄임금제는 아직 사회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법원은 지난 1996년부터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KAI 사무직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며 포괄임금제 적용이 무효라고 봤죠. 꽤 오랜 기간 관행으로 남아있던 포괄임금제 적용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입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를 두고 노사 간 극단 대립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스콤 노조는 지난해 12월 천막 농성을 단행했고 국립암센터는 집단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한 노사 양측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을 개선하려면 명확한 법률 개정이나 지침이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포괄임금제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습니다. 포괄임금제로 촉발한 여러 혼란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2017년 10월 포괄임금제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대략 3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포괄임금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포괄임금제 제도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로 인해 노동자의 목소리가 가려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포괄임금제의 쟁점을 짚어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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