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살던 그때의 지구로
  • 서민희 기자
  • 승인 2020.05.25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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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 반짝이는 행성이

작품에 스며들다

 

‘청년예술마을’은 국내 예술가 중에서도 대학생 또래가 많은 청년예술가의 작품활동에 주목합니다. 청년들은 마을 어디선가 그들만의 표현 방식을 통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번주 중대신문 문화면에서는 폐플라스틱으로 공예작품을 만드는 ‘The Plastic Dinosaur’ 프로젝트의 정연철, 홍성윤 작가를 만나고 왔습니다. 똑똑, 문을 두드려보세요. 우리 옆집에 어떤 청년예술가가 살고 있을까요?

  아주 먼 옛날 지구의 주인은 공룡이었다. 공룡은 후손에게 삶의 전부를 넘기고 땅속으로 안식처를 옮겼다. 공룡의 모든 것은 세월이 흘러 토양 속에 층으로 쌓였다. 인간이란 자그마한 후손들은 본인이 지구에 잠시 찾아온 방랑객임을 망각하고 주인처럼 행동했다. 인간은 액체화된 공룡의 발자취를 석유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며 이를 이용해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창조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만든 편리함에 취해 대가를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현실로 그 값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작품 활동을 진행하는 작가들이 있다. ‘The Plastic Dinosaur’ 프로젝트의 정연철, 홍성윤 작가다. 두 작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작품적 심미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들은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떠난 파나마의 구나 얄라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지구의 적나라한 모습을 마주했다. 이런 파나마에서의 경험은 The Plastic Dinosaur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됐다. “구나족이라고 불리는 소수민족과 한달간 생활했어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그들의 오랜 노력에도 마을의 해변은 문명으로부터 끊임없이 떠밀려오는 쓰레기로 점령돼 있었죠.” 방대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는 구나족의 유일한 방법은 불을 사용해 이를 태우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심각한 공기오염을 낳았다.

  파나마가 마주한 환경 악순환은 정연철, 홍성윤 작가에게 오염실태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다짐과 함께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왔다. “마을을 뒤덮은 쓰레기 더미를 보았어요. 그러자 원래 계획했던 개인 작업보다 이 쓰레기를 재료로 사용해 무엇이든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죠.” 두 작가는 바닷가를 거닐며 예술 작품으로 승화가 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해변에서 봤던 거북이를 떠올리며 수집한 플라스틱 병뚜껑을 생태계 보전 안내판으로 재탄생시켰다. “해변의 쓰레기 더미와 장수 거북이의 알을 낳는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어요. 마을에 거북이 보호 구역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존재하지 않아 병뚜껑으로 거북이의 생명을 위한 안내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연물은 디자인 영감의 원천”
  ‘Plastic Planet’은 이런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Plastic Planet의 동그란 외형과 파란 마블링 색감은 지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섬세한 대륙의 형태가 마치 지도처럼 보인다. 그들은 Plastic Planet이 플라스틱에 관한 생각의 전환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한다. “'폐플라스틱이 가치 있는 자원이라면 Plastic Planet을 하나의 화폐 단위로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나아가 미래에는 이 ‘Planet’을 녹여서 필요한 물건으로 제작할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해봤죠.”

Plastic Planet

  정연철, 홍성윤 작가는 Plastic Planet에 인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했다고 밝혔다.“플라스틱으로 덮인 지구의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와 동시에 플라스틱을 더 가치 있게 재활용해 우리의 행성을 아름답게 가꾸어 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죠.”

  The Plastic Dinosaur 프로젝트의 작품 제작과정에는 ‘Precious Plastic’이라는 기구가 사용된다. 두 작가는 Precious Plastic을 통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이를 녹여 공예품으로 제작한다. “일상에서 처리가 어려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용가능한 물건으로 재탄생 시키려는 목적으로 발명된 기구에요. 저희는 이를 공예작품을 만드는데 활용한거죠.” 작가들은 The Plastic Dinosaur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함께 덧붙였다. “플라스틱을 녹이는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많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넓고 외진 곳에 작업 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죠. 사람들에게 더 가치 있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매번 고심하고 있어요.”

토양, 바다, 하늘 등 다양한 자연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블링을 표현했다. 식물과 화분의 고유한 색감이 잘 어울린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으로 정연철, 홍성윤 작가는 ‘환경 캠페인’을 언급했다. “The Plastic Dinosaur 프로젝트를 단순한 공예품 제작에서 멈추지 않고 환경 캠페인으로도 확장시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작품에 사용된 개수의 병뚜껑을 가져오면 작품과 교환하는거죠.” 더불어 작가들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 교육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The Plastic Dinosaur를 캐릭터화 한 일러스트 그림 동화책을 제작하려고 해요. 흥미롭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플라스틱 자원을 다룬 이야기를 전하고 싶거든요. 이러한 방식도 결국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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