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이번 주는 "방백#그린워싱"특집으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그린워싱과 관련된 방백들을 한자리에 모아 준비했는데요. 막이 내려가는 순간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심가은·서아현·우인제·장준환 기자


 

이미지 홍설혜
이미지 홍설혜
 
‘친환경’으로 과대 포장해
진정한 녹색 소비 방해하다
 
‘화이트 워싱’은 흰색으로 덧칠해 더러운 곳을 가리는 행위다. ‘그린 워싱’ 또한 무엇인가를 녹색으로 칠해 숨긴다는 뜻이다. ‘친환경’, ‘녹색’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많은 기업은 이를 이용해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은데도 친환경으로 위장한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제품이 어떠한 형태로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봤다.
  푸르게, 이미지 세탁법
  그린워싱이란 친환경 이미지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기업의 마케팅이다. 상품의 환경성을 허위·과장해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그린워싱 마케팅을 설명했다. “소비자는 음식은 물론 의류, 주거에 있어서도 천연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요. ‘그린’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선호하는 경향도 있죠. ‘순수하다’ 혹은 ‘자연 그대로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린워싱은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한다.
  녹색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그린워싱 제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제품의 약 46.4%가 허위·과장 표현을 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한 친환경 위장 제품, 즉 그린워싱에 해당했다.
  친환경 시장 교란 종
  환경을 위한 소비, 이른바 ‘녹색 소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린워싱은 녹색 소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진다. 이영애 교수(인천대 소비자학과)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데 그린워싱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품의 표시·광고는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과장하는 경우 소비자 혼란을 유발할 수 있죠. 그린워싱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 혼란’은 시장을 통해 제공받는 정보가 많거나 유사하거나 모호할 경우, 소비자가 겪는 선택에 혼란이 가중되는 현상이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성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판단기준이 모호해져 소비자 혼란의 원인이 된다.
  그린워싱은 실제 친환경 제품을 향한 불신을 일으킬 수 있다. 박시원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그린워싱 제품이 친환경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은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믿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친환경 시장을 왜곡시키죠.” 김양지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그린워싱으로 실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받는 피해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 제품에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 자체를 외면하는 상황을 초래하죠. 오랜 기간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기업이 매출 부진을 겪고, 친환경 제품 개발 의지를 저해하는 상황까지 유발합니다.” 더 나아가 이은희 교수는 그린워싱이 환경에도 피해를 준다고 전했다. “환경을 이롭게 하는 제품이 시장에 살아남고, 환경을 해롭게 하는 제품은 도태돼야 해요. 하지만 그린워싱은 이를 어렵게 만들죠.”
  소비자들은 건강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린워싱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도 불러올 수 있다. 김양지 교수는 관련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최근 무독성,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을 원인으로 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요. 건강을 위해 구매한 제품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 사례죠. 이러한 사건들은 건강과 환경을 향한 관심으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녹색 소비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어 이영애 교수는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시장이나 제품에 실망한 소비자가 다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면 큰 비용이 따릅니다. 그렇기에 신뢰를 잃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죠.”
  제품에 씌워진 가면
  그린워싱은 7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유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라벨이 이에 해당한다.
그린워싱 제품은 우리 생활 속 가까이에 존재한다. ‘무공해 주방 세제’, ‘친환경 페인트’ 등 ‘녹색’, ‘친환경’, ‘환경보호’, ‘자연친화’, ‘무공해’ 등의 문구가 붙은 제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광고는 ‘포괄적 환경성’을 띤다. 포괄적 환경성이란 자세한 설명 없이 추상적으로 제품의 환경성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막연한 표현은 제품이 환경오염과 전혀 무관하다고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어 그린워싱의 범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제품에 사용된 한가지 원료가 친환경이라는 사항만을 근거로 ‘본 제품은 친환경 무독성 접착제입니다’라는 제품광고는 적절치 못하다. 제품에 포함된 일부 원료가 친환경인데 제품 전체를 친환경적이라고 광고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무독성 접착제'라는 용어가 아닌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미검출된 제품' 등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국내 유일 친환경 매트’, ‘국내 최고 유기농’ 등의 표현도 그린워싱에 해당할 수 있다. ‘최초’, ‘유일’, ‘최고’ 등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다른 제품과 배타적인 비교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는 부당하기 때문이다.
  제품과는 관련 없는 기업 경영의 환경성 인증을 제품의 환경성으로 오인시키는 표시·광고도 그린워싱의 유형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환경 경영을 인증하는 ‘ISO 14001' 인증을 근거로 해당 기업이 제조·판매하는 제품까지 환경성 인증을 얻은 것처럼 표시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 자체에 부여된 환경 인증으로, 제품에 해당하는 인증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의 환경 인증마크 사용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마크를 계속해서 표시·광고하는 행위는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주도하에 공인 환경마크인 ‘환경표지’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경우 로고를 표시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많은 수의 기업들이 인증이 취소된 이후에도 환경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흡한 사후관리는 정부가 공인한 환경표지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그린워싱을 심화할 수 있다.
  이영애 교수는 그린워싱이 최근 대두되는 소비 가치를 위협한다고 이야기했다.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소비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기준으로 행동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린워싱은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최근 ‘스마슈머’가 소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스마슈머’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가치 소비를 중요시하는 현명한 소비자를 말한다. 이들은 기업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가 ‘스마슈머’가 되는 길에 그린워싱이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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