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개월 만에 위헌 결정
생명권·집회의 자유 침해 맞아
직사살수, 최소 범위로 사용해야
향후 살수차 운영 지침마련 예상

백남기 동문(행정학과 68학번)을 사망에 이르게 한 민중총궐기 집회 직사살수 행위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달 23일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가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은 살수차를 배치해 물대포를 분사했다. 백남기 동문은 약 13초 간 직사살수 된 물대포를 머리와 가슴 윗부분에 맞고 뒤로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머리 부위를 도로 바닥에 부딪혀 두개골 골절과 급성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후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지난 2016년 9월 25일 외상성 경막하 출혈에 의한 급성신부전으로 숨졌다. 

  백남기 동문 가족은 직사살수 행위가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심판 변호인단의 이정일 변호사는 “직사살수는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행위로 경우에 따라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사살수로 집회 참가자들을 해산하는 조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당시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를 과잉금지원칙에 반한 위헌 행위라 결정했다. 직사살수로 인해 백남기 동문이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제한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해 사용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 측면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당시 백남기 동문은 살수를 피해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경찰 기동 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헌재는 백남기 동문이 당시 처한 상황으로 미뤄보아 경찰의 대응이 수단의 적합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직사살수 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적절한 수단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위반된다고 봤다. 부득이하게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에는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 거리, 수압, 방향 등을 최소한의 범위 내로 조절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시 현장 책임자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시위대를 향해 살수하도록 지시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대응은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따라서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백남기 동문의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다고 봤다. 반면 직사살수 행위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심판에서는 직사살수의 기준도 엄격히 제한했다. ▲구체적인 현장 상황 파악 ▲직사살수 시기, 범위, 거리, 방향, 수압, 주의사항의 구체적 지시 ▲현장 상황에 따른 물줄기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 추가 배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헌재 관계자는 “해당 직사살수 행위는 청구인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을 위반한다는 결정”이라며 “또한 직사살수 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물대포 사용에 관해 새로운 지침을 제정하는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살수차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3조 1항에 따라 불법 집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 현장책임자의 판단하에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정일 변호사는 “현재 법률에는 위해 장비에 관한 규정만 있다”며 “법률이나 시행령에서 살수차 사용요건이나 방법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집회에 물대포가 동원되지 않도록 근원적인 해결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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