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박용성 전 이사장의 외침이 울려 퍼졌습니다.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걸 바꿔나가자.”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했던 당시 캠퍼스에 건물이 올라가고 총장 선출제가 바뀌는 등 변화의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이내 파도는 학문을 태워 ‘구조조정’이라는 섬으로 몰아쳤습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캠퍼스가 시위의 장이 되기도 했고 대자보와 현수막으로 뒤덮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주 타임라인에서는 격렬했던 학문단위 구조조정의 과정을 짚도록 하겠습니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대학 규모에 비해 학문단위가 많고 양캠에 중복 및 유사학과가 많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외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지난 2009년 4월 중앙대는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을 만들기 위해 구조계획 위원회를 발족합니다. 구조계획 위원회는 대학본부 위원회와 정교수로 이뤄진 계열별 위원회로 구성됐습니다.

  구조조정 논의는 대학본부와 교수 간에서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원탁엔 새로운 얼굴, ‘액센츄어’가 있었습니다. 대학본부 위원회에서 의뢰를 받은 액센츄어는 기업 컨설팅 회사입니다. 액센츄어는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모든 전공단위를 평가했고 그에따라 본부위는 구조조정 대상 학과를 지정했습니다. 당시 계열별 위원회에서 자연과학계열 대표였던 이광호 교수(생명과학과)는 구조조정 논의에서의 문제가 액센츄어 개입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액센츄어의 자료를 신뢰할 수가 없었다”며 “다른 목적을 두고 조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반발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관한 언론보도가 쏟아졌습니다. 학생들은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이 없이 진행된 구조조정의 세부내용을 외부언론으로 알게되자 크게 반발했죠. 이에 아동복지학과는 촛불문화제를, 민속학과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학생들은 천막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일부 학생은 타워크레인과 한강대교에 올라가 반대시위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한강대교 시위의 주인공인 김창인씨(29)는 “농성 천막이 강제 철거되자 구조조정안이 최종 이사회로 넘어간 날 고공농성을 진행하게 됐다”며 “당시 내걸었던 슬로건은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였다”고 전했습니다. 

  김창인씨가 한강대교에 올라간 날 최종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은 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학문단위는 10개 단대와 46개 학과 및 학부로 개편됐죠. 이후에도 지난 2011년 본·분교 캠퍼스가 통합되면서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대학본부는 유사·중복학과로 꼽힌 안성캠 경영경제대 신입생 모집을 지난 2012학년도부터 중지한 후 해당 정원을 안성캠 내 다른 전공단위로 배분했습니다. 

  2013년에도 구조조정은 계속됩니다. 당시 김호섭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인문사회계열 일부 학문단위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예고했습니다.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가족복지·청소년전공,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전공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겁니다. 대학본부는 전공 폐지 절차를 위해 학부정원조정안을 공고하며 학칙개정에 돌입했습니다. 반면 구조조정 반대 주체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 활동을 벌였습니다. 또한 협의체 마련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평의원회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중앙대학교 학칙」 제5장에 따르면 학칙 개정 시 이사회의 승인 전에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학생과 대학본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대학평의원회는 심의를 보류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학칙개정안 승인을 강행했습니다. 이에 구조조정 대상 전공단위 소속 학생들은 학칙 개정 과정 중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학칙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학칙개정은 그대로 집행됐습니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길고 험난한 비탈길이었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은 구조조정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광호 교수는 “피해를 입은 구성원들을 고려했을 때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진정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학문단위 개편은 필요에 의한 BOTTOM-UP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창인씨는 “앞으로 대학구성원들이 대학 운영에 참여할 여지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습니다.

  시대변화에 따라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문단위 구조조정으로 인한 상처를 최소화 하기 위해선 모든 구성원과의 소통과 학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공들의 의혈이 헛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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