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 삶의 모습을 바꿔버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튜브를 따라 400번 저어 커피를, 1000번 저어 수플레 계란말이를 만들고 ‘홈 베이킹’과 ‘홈 쿠킹’을 즐기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집콕 라이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술기로운 주류생활’에서는 직접 막걸리를 빚어봤답니다. 3주 동안 열심히 막걸리를 빚어 찾아낸 황금 레시피와 그 좌충우돌 경험기를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여러분도 막걸리를 직접 빚어 마셔보며 조금만 더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하면 어떨까요?

직접 만든 막걸리에 좋아하는 안주를 곁들인 간단한 홈파티로 답답함을 떨쳐내 봐요.

  수제 막걸리를 도전하기에 앞서 ‘복순도가’ 노들섬점에서 열리는 막걸리 원데이 클래스에 방문했다. 우선 증기로 쪄낸 고두밥과 누룩을 물과 함께 섞어준다. 누룩은 통밀, 쌀 등으로 만든 전통 발효제로 알코올을 만드는 효모가 들어 있다. 10~15분간 저어준 뒤 통에 담으면 끝. 30분 만에 체험이 완료될 만큼 간단하다.

  “집에 가져가서 처음 2~3일간은 통을 하루에 한두번씩 저어주세요.”라고 복순도가 지소현 강사가 설명했다. 누룩에 들어있는 효모는 산소가 많은 환경에서는 증식에 집중하고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는 발효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증식 후에는 공기를 차단해야 효율적인 발효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통을 밀폐하면 안 된다. 지소현 강사는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어마어마해요. 밀폐시킬 경우 술 폭탄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고 설명한다. 병뚜껑을 느슨하게 닫거나 랩을 씌워 작은 구멍을 내주자.

복순도가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편집국에서 막걸리 빚기에 도전해봤다. 우선 재료 구하기부터다. 고두밥? 햇반으로 대체. 발효통과 기타 도구는 근처 다이소에서 찾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누룩이 안 보인다. 흑석시장 이곳저곳을 “누룩 있어요?”라고 물으며 한참 돌아다닌 끝에 통으로 된 커다란 누룩을 구했다.

  재료를 전부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막걸리를 만들어봤다.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통과 대접도 소주를 뿌려 소독했다. 그런데 거대한 누룩이 문제다. 편집국에 굴러다니던 부러진 의자 손잡이로 빻았다. 흩날리는 누룩들. 햇반 2개와 물 1L에 누룩 40g을 넣고 마트에서 산 제빵용 이스트를 한스푼 추가했다. 빵을 부풀일 때 쓰는 이스트도 효모를 포함하고 있어 발효 중에 첨가하면 발효를 도와준다.

  이틀 후 막걸리를 조금 떠 맛을 보니 당화가 진행돼 달콤한 게, 마치 식혜 같다. 그런데 뚜껑을 닫고 3일 정도 지켜봤지만 기포가 잘 올라오지 않는 게 발효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술독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술에 벌레가 떠 있다. 알고 보니 시장에서 구매한 누룩이 오염된 것이었다. 남은 누룩을 꺼내 자세히 들여다보니 벌레가 꼬물꼬물 기어 다난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

  복순도가에서 만들었던 첫번째 막걸리도 확인해봤더니 술맛도 나지 않고 표면에 하얗게 막이 생겼다. 사진을 찍어 지소현 강사에게 물어봤다. “산막이 생겼네요. 누룩 안에는 산막효모도 포함돼 발생한 거예요. 산막효모는 좋지 않은 향을 내고 오래 방치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시 술을 섞어 산막을 없애주거나, 걷어내 주세요.” 이처럼 전통방식으로 만든 누룩에는 누룩균과 효모 이외에도 다양한 균이 섞여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막걸리학교 허시명 대표에게 발효가 잘되지 않은 원인을 문의했다. “먼저 온도가 낮습니다. 발효 온도가 19℃면 발효 시간이 보름 이상 걸립니다. 그리고 물이 너무 많네요. 물의 양이 많으면 신맛이 많이 나죠. 물의 양은 쌀 대비 150%를 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두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재도전했다. 먼저 벌레 없는 안전한 누룩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누룩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2가지 술을 동시에 빚었다. 막걸리 3호에는 누룩의 비율을 약 3배로 높였다. 막걸리 4호는 누룩과 밥의 비율을 약 2배로 높인 대신 4일차에 설탕을 첨가했다. 2가지 술 모두 물 양을 줄이고 히터를 켜 23℃ 정도를 유지했다. 덕분에 앞서 빚었던 막걸리보다 발효가 활발히 일어나 기포가 뽀글뽀글 잘 발생했다. 용기를 만져보니 발효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따끈따끈하다.

  4일 후 액체와 밥이 분리돼 밥알이 위로 떠 올랐다. 그리고 며칠 더 지켜보니 밥알이 가라앉았다. “밥알이 삭아서 밑으로 가라앉으면 발효가 완료됐다는 표시입니다”는 허시명 대표의 설명에 따라 술 짜기에 나선다. 뚜껑을 여니 편집국이 막걸리 냄새로 가득 찬다. 체에 술을 붓고 국자로 꾹꾹 눌러주니 뽀얀 막걸리가 뚝뚝 떨어진다. 햇반 3개를 넣어 만든 막걸리 3호는 1L 정도, 햇반 2개로 만든 막걸리 4호는 700mL 정도의 술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들게 만든 만큼 기대하며 맛을 봤다. 아이셔. 막걸리 3호는 시큼털털한 게 얼굴이 찡그려지는 신맛이 난다. 게다가 누룩을 많이 넣은 만큼 쿰쿰한 누룩취도 강하다. 그래도 중간에 설탕을 첨가한 막걸리 4호는 적당한 단맛이 도는 게 딱 좋다.

  이제 입맛에 따라 물과 설탕을 적당히 추가해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된다. 완성된 막걸리는 12~16도 정도의 도수다. 물을 1:1로 섞으면 6~8도의 술이 된다. 물과 희석한 술도 여전히 효모가 살아있어 천천히 발효가 진행된다. 3일 뒤 병을 꺼내니 가스가 차 빵빵한 모습이다. 조심스럽게 열었는데도 ‘뻥!’ 소리를 내며 뚜껑이 튀어 올랐다. 잔에 따라 마셔보니 막걸리 3호는 꿀을 많이 넣었는데도 여전히 시다. 하지만 막걸리 4호는 탄산감으로 가득했으며 첫맛은 새콤달콤하게 시작하면서 끝 맛이 구수했다. 완성된 술은 15일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 입맛을 저격하는 막걸리를 직접 빚어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도전! 자취방 막걸리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막걸리 4호의 레시피를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중간고사 전에 막걸리를 빚어 놓고 시험 후 축배를 들어보자.

재료: 햇반 2개(420g), 누룩 1컵(90g), 물 500mL, 이스트 2T, 설탕 3T(컵: 종이컵, T: 밥 숟갈)

준비물: 대야, 2L 이상 통, 국자, 막걸리를 거를 체 또는 면보, 소주, 빈병

 

1. 손을 깨끗이 씻고 사용할 도구를 철저히 소독한다. 소주를 뿌린 후 말리거나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빼자.

2. ①과 같이 대접에 곱게 빻은 누룩, 물에 씻은 햇반, 이스트, 물을 넣는다.

3. ②처럼 10~15분간 잘 섞어준다. 맨손이 부담스럽다면 주걱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된다.

4. 발효할 통에 넣은 후 키친타월이나 천으로 뚜껑을 덮고 고무줄로 고정한다.

5. 첫 3일은 하루에 한두번씩 위아래로 섞어준다. 발효 온도는 20~25℃ 정도로 유지한다. 발효가 잘 진행된다면 ③처럼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온다.

6. 4일 차에는 설탕을 미지근한 물에 녹인다. 이를 술에 조금씩 더해 섞어준 뒤 뚜껑을 닫는다. 밀폐는 절대 금지.

7. 5~10일간 가만히 두면 ④처럼 밥알과 누룩이 위로 떠오른다. 이후 ⑤처럼 가라앉는다면 술을 거를 때가 됐다는 신호. ⑥과 같이 체나 면보를 이용해 거른 후 병에 담자.

8. 거른 막걸리를 맛보고 취향에 따라 물과 꿀 등을 더해주자. 냉장고에 2~3일간 보관하면 탄산감이 가득한 막걸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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