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이번 주는 “장애인 노동자의 방백”으로 1막을 열어보려 합니다. 인터미션 후 2막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일러스트 윤국화 학생
일러스트 윤국화 학생

 

 

노동자 보호 위한 「최저임금법」
장애인 노동자에겐 예외이기도

그들을 둘러싼 차별에 더해
경제적·사회적 어려움 심화돼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8590원이다. 해가 지날수록 인상되고 있지만 최저임금적용 제외 장애인 노동자에게 이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은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지난 2017년 3102원, 지난 2018년 3416원에 그쳤다.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의 테두리에서 예외로 벗어나 버린 이들의 현실을 함께 살펴보자.

  허물어진 ‘최저’ 기준 

  국가는 고용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의 「최저임금법」은 최저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 이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목표로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남숙 교수(동명대 사회복지학과)는 장애인, 어린이, 청소년, 노인, 외국인 등 모든 노동자의 노동 착취를 방지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최저임금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제1항은 임금에 있어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제7조 및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6조는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한다. 이에 따라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업무 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줌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자가 가진 장애가 수행하고자 하는 업무에 직접적인 지장을 준다고 판단돼, 고용노동부장관이 인가하면 최저임금적용에서 제외되는 구조다. 

  고용노동부는 동일·유사 직종의 최저임금을 받는 다른 노동자 중에서, 가장 낮은 근로 능력을 가진 노동자의 평균 작업능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장애인 노동자에 한해 최저임금 제외를 인가한다. 이때 정신 또는 신체장애 판단 기준은 「장애인복지법」을 참조한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가 아니더라도 업무에 직접적이면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최저임금법」상의 장애로 인정될 수 있다.

  정종화 교수(삼육대 사회복지학과)는 최저임금적용 제외의 구체적인 기준을 설명했다. “A편의점의 노동자와 B편의점의 노동자가 모두 장애인 근로자라고 가정합시다. A편의점의 노동자는 업무에 현저히 지장을 준다고 판단되는데, B편의점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면 A편의점 노동자는 평균 작업 능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능력이 낮다고 평가한 다음 비교임금을 적용해요.” 비장애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100%로 봤을 때, 노동력이 70% 미만으로 평가되는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에 해당한다. 사업주는 1년마다 이러한 최저임금적용 제외 인가를 연장하기 위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차등적 대우는 합법화됐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은 장애인 노동자의 심각한 저임금을 초래한다. 김강식 교수(한국항공대 경영학부)는 해당 조항이 최저임금적용 제외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설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으로 장애인 노동자의 고용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최저임금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대비해 낮아지고 있죠. 대부분의 장애인 노동자는 심각한 저임금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최저임금보장에서 제외된 이들의 임금은 2016년 최저임금의 48%, 다음해 최저임금의 47.9%, 이듬해 최저임금의 45.3% 수준으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모든 장애인이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평균 능력을 기준으로 제외 대상을 선정하는 현행 제도는 장애인 노동자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정종화 교수는 언제든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이 될 수 있는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언급했다.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은 평균 직업 능력을 기준으로 근로 능력을 판단해 적용합니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근로 능력이 비교군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제외 대상에 포함될 위험이 매우 크죠. 그렇기에 이들은 항상 위험을 떠안고 있어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기업에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의 대부분은 일반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워 장애인 보호고용시설인 직업재활시설에 고용돼 있다. 직업재활시설 소속 장애인 노동자는 총 1만1489명으로 이 중 최저임금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노동자는 약 69.74%에 이른다. 지난 2015년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중증장애인 323명을 대상으로 평균 임금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매달 평균 59만 5220원을 받았으며, 이는 시급으로 환산할 시 2630원이다. 지난 2015년 최저임금이 5580원이므로 이는 당시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제도적 제외는 사회적 소외로

  최저임금법적용 제외 인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을 선정해 신고하는 일은 사업주의 역할이다. 정종화 교수는 그렇기에 최저임금적용 제외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이 생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업주가 작업능력이 부족하다고 신고해 최저임금적용 제외 대상이 되면 장애인 노동자는 항의하기 어려워요. 특히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과에 항의하지 못하면 억울함이 생길 수 있죠. 이를 감사하는 근로 감독관이 모든 사업장의 장애인 노동자를 직접 감사하고 판단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최저임금적용 제외 여부는 원칙적으로 1년마다 갱신돼야 하지만 이 또한 형식상으로만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김남숙 교수는 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이 장애인 노동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고충을 야기했다고 이야기한다. 장애인 노동자가 단순히 장애인이라는 이유에서 최저임금에서 배제되는 일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경제적 어려움을 떠안게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의료비·교통비 지출이 더욱 많이 드는 상황에 처해 있기에 임금 차별은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요. 그리고 임금 차별은 장애인에게 좌절감과 박탈감 등을 느끼게 하죠. 사회 참여의지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주인의식을 고양하기 어렵게 만든답니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는 원인으로 작용해 불공정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요.”

  지난 2018년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5.9시간이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시급은 3416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목적의 제도다. 그러나 해당 법에는 장애인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보호 테두리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가 기댈 곳은 어디일까. 이제는 그들의 입장에서 장애인 노동을 바라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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