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꼬라지를 꼬집어보자! 그동안 중대신문 뉴미디어부는 온라인 플랫폼 속에서 독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이제는 지면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풀지 못한 깊숙한 이야기를 중대신문 뉴미디어부에서 기자들이 속 시원하게 풀어나갑니다. 뉴미디어부가 업로드한 콘텐츠를 더 깊게 바라보거나 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을 꼬집어 분석하고 비평합니다. 두 번째로 꼬집어 볼 주제는 '에브리타임'입니다. 함께 꼬집어볼 사람? 저요!

 

일러스트 박재현 기자

 

특정 단대, 캠퍼스를 향한 혐오와 비하
논리 없이 던진 말로 상처 주는 마녀사냥
익명성이 가져오는 배제적 대화
커뮤니티의 지향점 높여 소통의 기제로

 

특정 단대를 향한 혐오
과거부터 ‘문과충’, ‘문레기’등 문과생을 비하하는 표현이 존재했다. ‘문송’, ‘문사철’과 같은 단어는 자조적 의미를 넘어 공격적 표현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에브리타임(에타)’에서 역시 문과 계열 학생들을 향한 모욕과 비방이 난무한다. 학문단위에 따른 편협한 인식과 우월 의식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셈이다. 에타 내 특정 단대를 향한 비하 발언을 살펴봤다.

  “탈xx은 지능 순”, “ xxx은 무시할만하지 않나? xx 소굴인데”등 부정적인 편견과 무분별한 모욕이 담긴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진심 xxx(건물 이름) 꼴 보기 싫음”, “xx벌레들아”등 특정 단대 소속 학생들에게 건물 이름을 붙여 조롱하는 표현 역시 만연하다. 이러한 혐오 글에 해당 단대 학생 들은 불쾌감을 느낀다. A학생은 “인문대 학생으로서 기분이 나쁘다”며 “근거 있는 비판이라면 새겨들을 수 있지만 대부분 터무니없는 소리라 그냥 웃고 만다”고 말했다.

  특정 단대 학생들의 취업률이 조롱 소재가 되기도 한다. “xxx는 취업이 라도 하지”라며 타 단대와 비교한다. 에타 내에서 이들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경향은 취업난에서 오는 불안을 특정 대상을 향한 공격으로 해소하려는 심리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익명성’ 기반 운영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 됐다.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가능하게 하지만 현재는 특정 단대를 향한 근거 없는 모욕 표현을 용이하게 만드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A학생은 “익명게시판에 조롱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창피한 일인지 잘 알 것이다”며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기 창피하니까 익명의 힘을 빌려 조롱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당 단대 소속이었던 B학생 역시 “익명 아래에 무분별한 비판 행위를 일삼는 게 불쌍해 보였다”고 말했다.

  현대판 마녀사냥이 돼버린 에브리타임

  특정 단체와 개인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은 그들을 두려움 속으로 몰고 간다. 이런 비난과 혐오는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을 떠오르게 한다.

  “광신도 집단 쓰레기 시궁창 하수구 같은 xx들한테 (중략)”, “벌레 같은 집단에 뭘 바래.” 작년 성평등위원회(성평위)를 향한 혐오 표현들이다. 특정 단체를 향한 혐오 표현은 개인에게 이어졌다. "세 글자로 웃겨 본다. 서라벌, 장비단 (중략)" 작년 성평위에서 활동했던 장비단 전 성평위원장(정치국제학과 3)은 에타 내 근거 없는 비난, 욕설, 혐오 표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상처는 일상생활로 이어졌다. 그는 “자과 수업에서는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복수전공 수업에서는 누가 자신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그런 부분에서 복수전공 수업과 ACT 수업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표현들이 논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얼굴을 드러내면 말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에타에서는 그저 던져 놓은 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FOC) 간담회에서는 FOC를 반대하더라도 최소한의 논리를 갖춰 말했던 태도와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점에서 장비단 전 성평위원장은 “혹시 이런 일을 다른 사람이 겪는다고 해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또 다른 마녀사냥의 피해자를 위로했다. 그는 “가해자는 나의 현실에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다”며 “혐오 표현을 여론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단 전 성평위원장은 에타 운영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익명 커뮤니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신고를 검토하는 과정도 없이 신고 누적 수로만 판단하는 시스템은 혐오 표현을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캠퍼스 간 충돌
  중앙대 서울캠과 안성캠은 본·분교를 구분하지 않는 이원화 캠퍼스다. 하지만 에타에서는 자신과 다른 캠퍼스 학생들을 다른 학교 학생인 것처럼 배척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특정 캠퍼스를 공격하고 이에 반박하는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안성 xx대 수준 왜이래 도대체”등 캠퍼스 간 분란을 조장하는 글이 흔하게 올라온다. “중x대”와 같이 특정 캠퍼스를 조롱하는 표현도 등장한다. 특히 전과 모집 전형 기간이 되면 “xx 전과는 못 봐주겠음”이라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이 쏟아진다. 전과에 지원하는 특정 캠퍼스 학생들을 향한 혐오 글에 “똑같은 중앙대인데 전과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라며 반박하는 글도 올라온다. 두 캠퍼스 간 충돌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캠퍼스로 차별하는 게시글은 해당 캠퍼스 학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에타에서는 “예술대를 안성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비하하면 너무 속상하다”, “안성캠을 향한 비하와 편견으로 덮인 글에 점점 우울감이 들고, 방에 틀어박혀 유튜브만 보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올라왔다. C학생은 특정 캠퍼스 혐오 글을 본 경험에 관해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공감을 하거나 반박을 할 수 있었겠지만 무작정 비하하는 글은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무시했다”고 말했다.

  서울캠, 안성캠 학생들은 모두 중앙대 소속으로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정승준 학생(전통예술학부 4)은 “무분별하게 악의를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익명으로 우월감을 커뮤니티에서나마 분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혐오 문제는 자신을 우월하게 보고 타자를 열등하게 보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편견과 의식을 버리고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선부터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익명성'의 부작용
  ‘익명성’은 에타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익명성은 이용자에게 자유를 준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익명성은 활발한 의견 표출과 자유로운 정보 공유, 연대 활동, 프라이버시 보호, 집단지성 발휘 등의 순기능이 있다. 반면 할 수 있는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의 경계를 흐린다. 이로 인해 혐오 표현, 언어폭력이 난무하기 쉽고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집단극화 현상이 악화할 수 있다.

  에타 같은 집단 커뮤니케이션은 세부 집단 간의 사회문화적 언어 사용과 이해가 다를 가능성이 있어 포함적 대화 외에 배제적 대화도 나타난다. 여기서 ‘포함적 대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공감하고 인정하는 대화다. ‘배제적 대화’는 타인과 구별 짓고 타인의 차이를 차별하고 배타하는 대화다. 김지연 강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에타 내 비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배제적 대화’로 설명한다. 김지연 강사는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혐오 표현이나 언어폭력이 있는 배제적 대화가 이뤄지기 쉽다”며 “특히 강한 연대감이나 편향된 집단주의는 혐오, 마녀사냥, 집단극화, 대중지성의 집단적 우중화를 가져오며 집단 내외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킨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내 비정상적인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식 개선과 성찰적 실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규제와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 최유숙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대학 커뮤니티 정체성을 지키면서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덕목을 지킬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커뮤니티의 지향점을 높여 더 나은 가치를 향해 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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