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피해사례가 있었지만 여전히 에브리타임(에타)은 중앙대 학생들의 활발한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에타의 순기능 역시 존재하기에 폐쇄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학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 공론화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하며 도움받을 장소는 에타 같은 대학 커뮤니티 외에는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의로 학사가 운영되면서 에타는 학생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습니다. 비대면 수업과 관련해 불만을 털어놓고 대학본부에 건의할 의견을 모은 장소도 에타였죠.

  에타의 익명성을 무작정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학본부나 전공단위에 관련한 폭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생각해봅시다. 불만이 먼저 제기되고 공론화되는 곳은 대부분 익명이 보장되는 에타였습니다. 익명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불만을 제기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관리가 필요한 광장

  에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관리 소홀입니다. 현 운영 정책은 일정 개수 이상 이용자 신고가 누적되면 검토 없이 글쓴이의 계정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무책임한 대처 방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시민 단체들이 이러한 운영진의 방임적 태도를 문제 삼아 에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에타 운영 방식의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혐오 표현의 법률적 규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혐오 발언자는 물론이고 혐오 표현을 방임하는 커뮤니티 운영진에게도 책임을 묻기가 힘듭니다. 반면 독일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플랫폼 사업자의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 삭제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했습니다.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5천만유로(약 660억원)의 강력한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국내 다른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 대응 방법은 어떨까요. 국내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악의적인 뉴스 기사 댓글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네이버는 댓글 작성자의 이전 댓글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욕설과 비하 표현이 포함된 ‘규정 미준수’ 댓글 비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에타가 폐쇄적 커뮤니티라는 측면에서 외부로 에타 내 병폐를 공론화하는 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트위터 등지에는 중앙대를 비롯해 자교 에타에 올라온 비상식적인 글들을 공론화하는 계정이 다수 존재합니다. 다만 게시글의 전면적인 공론화가 아닌 취사선택적인 공론화는 더 큰 분란을 야기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시 우리의 광장으로

  사실 에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결론은 따로 있습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그것, 바로 이용자인 학생들의 올바른 인식과 마음가짐입니다. 대학 커뮤니티의 본질을 상기해볼까요. 대학 커뮤니티는 같은 대학 학생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한 단체의 구성원이라는 동질감 아래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공간이죠. 중앙대 에타에서도 이런 선 사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에타에서는 코로나19 기부 모금이 이뤄졌습니다. 중앙대 학생의 이름으로 기부하기 위해 많은 학생이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학생들에게 소소하지만 커다란 나눔을 행한 학생들도 있었죠.

  에타의 익명성 또한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나를 공개하지 않고도 같은 학교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익명으로 다른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지나가는 상담소’ 같은 코너를 진행하는 이용자도 있었고, 마음속 깊은 생각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이용자도 있었죠. 익명으로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도움뿐만 아니라 따끔한 질책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앙대에 있었던 많은 부조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에타에서 시작됐습니다. 전공단위 커리큘럼 논란, 교수 성적 부여 논란, 학생회비 회계 논란, 투표 독촉 논란 등 익명이 아니었다면 섣불리 꺼내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제기됐고 이에 중앙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커뮤니티 에타. 구성원들의 올바른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제 기능을 해낼 수 있는 중앙대 학생들의 공간입니다. 혐오 표현으로 점칠된 싸움터가 아닌 우리의 광장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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