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마을’은 국내 예술가 중에서도 대학생 또래가 많은 청년예술가의 작품활동에 주목합니다. 청년들은 마을 어디선가 그들만의 표현 방식을 통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번 중대신문 문화면에서는 '갈등과 연대'가 공존하는 사회를 꼴라주 기법으로 그려낸 조민아 작가의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똑똑, 문을 두드려보세요. 우리 옆집에 어떤 청년예술가가 살고 있을까요?
 
'쏟아지는 것들' , 장지에 채색, 140×90cm, 2019. (사진제공 조민아 작가)

  소실점과 공존하는 갈등의 평행선

  빼기, 나누기, 더하기. 사칙연산이라 불리며 손쉬운 계산을 돕는 수학기호다. 하지만 이 연산 법칙을 세상살이에 적용하면 어떨까. 단순한 연산법으로 계산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다단하다. 모순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의 감정과 행동은 단순히 수치화하거나 표준화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 순응하기도 하고 반동하기도 하는 개인의 삶을 우화적인 화면으로 그려내는 작가가 있다. ‘2020 금호영아티스트’ 조민아 작가의 전시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를 직접 관람하고 왔다.

  조민아 작가는 존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작업을 계속해왔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 속 스스로의 위치와 일상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갈등에 관해 매번 자문했어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구조화된 집단 속 개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죠.” 그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 관한 호기심을 사회화 과정을 거친 구성원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 녹여낸다.
'Prayer 1' , 장지에 채색, 56×92cm. 2020. (사진제공 조민아 작가)

  빼고 나누어도 다시 더해지는 세상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담는 전시다. 작가가 구상하는 세상은 하나의 원형으로 표현된다. 조민아 작가는 원형의 사회가 갈등이 창조한 분열로 인해 불완전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지역, 정치적 성향, 성별 등 수많은 갈등 요소는 개인 간의 결합을 막는 평행선을 구성해요. 여기서 발생하는 배타적 정서는 사회 내 대립적 구조를 형성하고 이는 다시 세계를 분리하죠.”
  조민아 작가는 사회의 분열을 야기하는 현상의 구체적 예시로 특정 집단 간의 혐오와 괴리를 제시한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대만에서 체류하며 총선을 두고 세대 간의 괴리를 느꼈어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에서 드러난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역시 사회가 분열되는 구체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는 마냥 비관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분열된 사회는 서로의 안온함을 찾아가는 미약한 시도와 느슨한 연대를 통해 융화된다. “이러한 일종의 자정작용을 통해 사회는 미래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는 거죠.” 그렇기에 조민아 작가의 작품은 다소 모순적일지라도 하나의 태도나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는 특징을 보여준다.
'혼합된 세계' , 장지에 채색, 224×224cm, 2020. (사진제공 조민아 작가)

  콜라주가 연출하는 알레고리

  전시장의 작품에는 무표정한 사람들, 상징적인 동식물과 사물 등이 마치 콜라주처럼 한 화면에 조합돼있다. 작품은 사회에 만연한 충돌을 여러 모티브를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혼합된 세계 Mixed World」는 파편적인 이미지들의 집합을 대변한다. 하나의 작품이 각기 다른 모습의 네 가지 작품으로 구성돼있다. 왼쪽 하단에서는 소년이 항아리를 굽고 왼쪽 상단에선 비둘기가 케이크를 들고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소년이 도자기에 물을 채우고 있으며 오른쪽 하단에선 소녀가 항아리를 인 채 과일에 입을 대고 있다. 하지만 마치 네개의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연결돼있는 듯한 모습이다.
  조민아 작가는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네개의 화판을 따로 작업한 후 중간 단계를 거쳐 한 화면으로 맞춰 구성했어요. 작품에서 각각의 화판이 분리돼도 개별적인 작업처럼 보였으면 했죠. 덧붙여 네 화판이 합쳐진 모습을 통해 서로 단절된 듯한 개인의 삶이 결국은 하나의 세계로 맞춰지는 현상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Prayer 1」은 동전과 수영장 등 다양한 모티브와 인물들의 반복적 행위를 한 화면에 조합해 보여준다. 세례를 받는 듯한 모습의 청년들을 위에서 짓누르는 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민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세례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세례라는 행위 자체는 성스러운 의식일지 모르나 저에게는 순응 혹은 세뇌처럼 느껴졌어요. 머리 위에 누군가가 손을 얹는다는 자체가 행위자의 권위가 느껴지는 상황이죠. 제어 당하며 획일화되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물론 첫 작업부터 그가 이런 형식을 채택하지는 않았다. 조민아 작가는 표현하고 싶은 서사가 기승전결의 구조를 내포하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 콜라주 형식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직면하는 차별, 분리 등 외부적 잣대들의 출처를 명확히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을 직시했어요. 완결의 구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파편적인 이미지들의 조합을 구상했죠.”
  조민아 작가는 이제 캔버스뿐만 아니라 영상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체를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작업에 움직이는 이미지를 통해 역동성을 가미한다면 또 다른 시각적인 재미를 줄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 관련 프로그램을 다뤄보고 주변 작가나 기술자에게 자문을 얻어 구현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끊임없이 표현방식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조민아 작가의 행보가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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