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학생자치의 마지막 총여학생회(총여)였던 안성캠 총여가 폐지된 지 약 1년 반째다. 그간 총여는 남성 중심의 학내 문화를 바꾸고 여성 권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총여학생회장 선출이 무산되는 등 존폐기로에 놓였고 결국 양캠 총여는 폐지됐다. 이번주 타임라인에서는 총여 출범부터 폐지까지 역사를 짚어봤다.

  성평등 캠퍼스를 위해 
  전두환 정권이 학도호국단을 폐지한 지난 1985년, 총학생회(총학) 부활과 함께 1대 총여가 등장했다. 출범 이후 총여는 ‘여성의 주체성 회복과 권익 옹호’ 기조 아래 학내 여성주의 운동을 펼쳤다. 90년대 총여는 성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에 앞장섰다. 교육을 통해 ‘여성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왜곡된 성문화를 비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내 제도를 보완하는데 기여했다. 제15대 안성캠 총여는 ‘성폭력 학칙 제정팀’을 꾸려 학칙 개정을 위해 타대와 연대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다. 제20대 서울캠 총여는 생리공결제를 공약으로 추진해 지난 2006년 제도화하기도 했다.

  폐지냐 존치냐, 갈림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던 총여는 2000년대 후반부터 존폐기로에 놓이게 된다. 서울캠 총여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나 출범하지 못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임시 기구인 ‘여성연대협의회’가 총여를 대신했으나 그마저도 해산됐다. 이에 지난 ‘2014년 1학기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총여의 특별자치기구화 안건이 통과돼 현재의 성평등위원회(성평위)가 신설됐다.

  서울캠을 비롯한 타대가 총여 폐지를 논의할 동안 안성캠 총여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제30대 안성캠 총여는 안성캠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내리파출소 건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안성캠 후문 도보 1분 거리에 내리파출소가 신설됐다. 이후에도 안성캠 총여는 ▲교내 CCTV 보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내리 가로등 추가 설치 등 복지 측면에서 여러 공약을 펼쳤다.

  그러나 안성캠 총여도 지난 2018년 2학기에 폐지 위기를 맞는다. 당시 총여학생회장이었던 안성캠 강기림 총학생회장(실내환경디자인전공 4)은 ‘총여학생회 체제 개편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추진한 간담회였으나 총여 차원의 공식 공지는 간담회 시작 두시간 반 전 페이스북에 공지됐으며 중대신문을 비롯한 언론사 출입을 통제했다. 간담회 참석 인원은 18명이었다. 다음날 ‘2018년 2학기 안성캠 전학대회’에서 ‘총여 체제 및 특별 기구 개편’에 관한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 상정이 갑작스럽다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장을 떠난 학생 대표자도 있었다. 그러나 안건은 통과돼 총여에 비해 권한이 축소된 성평위가 발족됐다.

  성평위 마저도…
  성평위마저도 위기가 있었다. 서울캠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경제학부 4)은 지난학기 전학대회에서 장애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안건을 논의하던 도중 성평위와 인권복지위원회를 동시에 개편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의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서울캠 학생대표자 선출 과정에서 성평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파면시켰다.

  일각에서는 학내 여학생 수가 증가해 여성이 더 이상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아 총여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생 수만으로 소(少)수성을 판단하기에는 여전히 무리다. ‘Me Too(미투) 운동’으로 학내 성범죄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대자보 훼손을 비롯한 페미니즘을 향한 혐오 범죄는 아직도 양산되고 있다. 여성 학생대표자 수도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 

  이나영 교수(사회학과)는 지난 2016년 중대신문 인터뷰에서 대학 내 젠더 문제를 관찰하고 감시하는 주체로서 성평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여에 비해 성평위는 권한이 축소돼 자체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총여를 폐지한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면 젠더 폭력, 인권침해, 대자보 훼손,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대학사회에서 성평위가 제 목소리를 다할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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