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준 기자

자취생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 
금전피해 막심해”

집주인

“일방적 월세 인하 요구는 
수용 어려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 진행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학가 수업권 침해 사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강 연기로 인해 주거 불안을 겪는 학생들이 약 30.7%에 이르렀다. 실제로 온라인수업이 진행되면서 많은 학생이 대학가 근처에 거주할 필요가 사라졌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임대료를 내고 있다.

  ‘생돈’ 날리는 학생들

  대학본부는 지난 1일 대면 강의 시작일을 다음달 11일로 연기했다. 이번학기의 반절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는 셈이다. 등교의 필요성이 사라지자 본가를 떠나 대학가 주변에 자취하는 학생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만만치 않은 월세와 더불어 생활을 위한 부대비용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취하는 대학생의 주택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캠 근처에서 자취 중인 김홍철 학생(경영학부 3)은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방을 비우고 본가에 갈 수 없다”며 “서울에서 자취를 하다 보면 생활비 지출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아예 자취방 계약을 포기한 학생도 존재했다. 우현경 학생(문헌정보학과 1)은 “대면 개강이 계속 미뤄지자 방을 빼기로 결정했다”며 “이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약 150만원을 웃돈다”고 밝혔다.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권성현 학생(전자전기공학부 2)은 “대면 개강 시점이 불분명해지면서 퇴실을 요청했으나 계약 종료일인 오는 8월 31일까지 월세를 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세입자만 피해를 감수하는 실태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온라인 강의 연장을 이유로 자취방을 단기 임대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단기 임대는 본 세입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공간을 비우는 동안 이를 타인에게 임시로 전대하는 방식이다. 임대 중개업자는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자칫 잘못하면 단기 임대를 해준 사람이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사 공인중개사 황재섭 대표는 “단기입주를 한 사람의 과실로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은 계약상 임대인 본인의 몫”이라며 “전대 사실에 관해 집주인과 합의하지 않았다면 당초 불법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당사자 간 합의 우선시 돼야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대학생 자취방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제도를 별도로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원석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정부에서 주거를 지원해야 하는 대상에는 대학생 이외에 사회초년생, 저소득층, 신혼부부 등도 있다”며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의 지원 혹은 월세 지원을 위한 법 제정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장한 ‘착한 월세 운동(가칭)’이 구체적 해결방안으로 제시됐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인들이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감면하는 운동이다. 여기서 지원 대상을 대학생까지 확장한 운동이 착한 월세 운동이다.

  서원석 교수는 “임대인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부담하고 있으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착한 월세 운동이 필요하다”며 “상업과 주거 상관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해당 운동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 부동산학과)도 “학생의 사정을 고려해 건물주들이 월세를 할인해주는 등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의 수혜 대상에 대학생 임차인을 포함시켰을 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 퍼즐은 정부 지원

  착한 월세 운동의 선사례로 대구대를 거론할 수 있다. 대구대 ‘하나’ 총학생회(총학)는 착한 월세 운동을 주도했다.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 독려를 위해 운동에 참여한 건물 정보를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고했다. 대구대 김경민 총학생회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4)은 “임대인에게 전달할 유인물을 제작해 직접 자취촌을 돌며 학생들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 뒤 참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김경민 회장은 “힘든 상황임에도 협조한 임대인이 일부 존재했다”며 “설득 과정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운동은 임대인에게 재정적 부담을 준다는 점이 한계로 남았다. 김경민 회장은 “임대인도 코로나19 피해자이기에 해당 운동이 자발적 캠페인이 아닌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많은 임대인과 상의했으나 대부분 힘들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안성캠에서 진행한 착한 월세 운동도 재정 지원 부재로 인해 파행됐다. 안성캠 총무팀은 학생들의 자취방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임대인 측에게 학생들의 사정을 배려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임대인들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느껴 난색을 표했다. 내리 상생 협의회 고국부 위원장은 “개강을 언제 할지 모르는 현시점에서 임대인 측이 모든 금전적 부담을 짊어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 간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자발적 형태의 운동으로는 한계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고국부 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의 주거 문제에 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대넷 이해지 위원장(이화여대 사학과)도 “교육부는 등록금 반환 외에 학생들이 짊어지고 있는 주거 불안 및 생계 문제에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학생들의 고통은 가중되기에 이에 관한 지원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거권 문제 부메랑 돼 돌아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전부터 이어져 왔던 대학생 주거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저조한 기숙사 수용률과 대학가 주거지의 비싼 월세가 재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이차적 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서울권 17개 사립대학 기숙사 수용률 평균값은 약 17%에 머물렀다. 다수의 학생을 수용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숙사 건설마저도 쉽지 않다. 서원석 교수는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대학본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대학본부가 재원을 지원해 기숙사를 건설하고 공급하기에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와 별개로 대학가 주거지가 기타 지역 대비 월세금이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대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서원석 교수는 “대학가 주거지 월세가 기타 지역보다 높은 사실은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대학가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임대인은 높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학생 임차인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원석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자체와 대학본부가 연동해 진행하는 사업의 경우는 지속성이 높다”며 “학생과 지자체가 협력해 관심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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