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의 우리! 우리 사회가 21세기에 들어선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어떤 문화를 보여줬을까? ‘그때의 교집합’은 2년 단위로 차례차례 각 연도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의 문화를 살펴본다. 이번에 살펴볼 연도는 ‘2012년’이다. 사회를 뜨겁게 달군 2012년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기록은 기억을 남긴다.’ 16세기 스페인의 작가 발타사르 그라시안이 남긴 명언이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기록들이 모여 시대가 되고 역사가 된다.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는 행위.’ 기록의 첫 번째 의미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서 있다.’ 스포츠계에서 통용하는 금언이다. 개인을 넘어 한 국가, 최종적으로 세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세운 성적이나 결과를 수치로 나타냄. 특히, 그 성적이나 결과의 가장 높은 수준을 이른다.’ 이것이 기록의 두 번째 의미다.

  이렇듯 기록은 다의어다. 누군가는 기록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목표로 상정한다. 기록이란 단어에 녹아있는 가치는 다면적이다. 이처럼 기록의 다양한 가치가 녹아있는 2012년 대표 키워드로 ‘런던올림픽’, ‘싸이와 강남스타일’,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를 선정했다.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지난 2012년을 기억하는 다양한 기록들을 살펴보자.

  집합 A) 싸이와 강남스타일
  한번쯤은 ‘오빤 강남스타일~’이란 멜로디와 함께 양팔을 교차하고 말을 타는 듯 춤을 춰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 거리를 거닐다 보면 ‘강남스타일’이 다섯 걸음 간격으로 들리곤 했다. 지난 2012년 7월 15일 발매된 곡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100 차트 2위를 달성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 노래 최초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3개국 이상의 공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유의 말춤과 재밌는 가사는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영어권의 보편적 정서가 일치하는 특징이 강남스타일의 흥행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외국어지만 귀에 들어오는 반복적 가사, 싸이의 치지(Cheesy)한 춤과 아시안 코미디언 캐릭터가 세계적으로 통한 거예요.” 여기서 치지(Cheesy)는 B급 감성의 문화를 의미한다.

  유튜브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보인 행보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최초 20억 조회수 달성, 게시 100일 내 5억 조회수 돌파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입증했다. 또한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세계 최초로 유튜브가 표시할 수 있는 동영상 조회수의 한계치를 넘기며 전설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유튜브를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 중심에 다가간 첫 사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재미 요소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요인이라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재미’라는 요소는 굉장히 중요해요.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댄스 영상을 찾기 어려웠죠. 강남스타일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퍼포먼스 영상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주목을 받았어요.”

  집합 B) 런던 올림픽
  뜨거웠던 여름만큼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실력을 맘껏 뽐내며 열정을 불태웠다. 해당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8개 도합 30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순위 5위에 올랐다. 이는 대한민국 원정 경기 최고 성적이다. 또한 남자 양궁 개인전 최초 금메달, 체조 사상 첫 금메달, 남자 축구 첫 메달 등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은 잦은 오심으로 ‘오심픽’이라는 오명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심판이 행한 한순간의 오심으로 선수들이 4년간 갈고닦은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신아람 선수 1초 논란부터 박태환 선수 실격 판정 번복 논란 등 대한민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박성배 교수(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는 국가의 외교력이 경기 결과에 간섭하는 대회로 올림픽 성격이 변질됐다고 설명한다. “올림픽 위원회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치적, 경제적 관계로 인해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런던 올림픽 당시는 한국 스포츠외교의 부재를 깨닫는 순간이었죠.” 당시 1초가 저렇게 길다면 인간은 영생한다는 등 오심에 관한 수많은 풍자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기록의 이면에는 금메달 개수에만 집착하는 ‘금메달 지상주의’가 자리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사들은 앞다퉈 금메달 획득 기사를 보도하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금메달리스트들은 영웅이 돼 금의환향했지만 그 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박성배 교수는 금메달이란 결과가 수년간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 올림픽은 각국의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이용돼왔습니다. 과거의 대한민국 역시 경기 결과로써 국가의 우수성을 알린 바 있죠.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평화롭게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해요.”

사진출처 Flickr

  집합 C)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 : 복고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응답하라 1997’의 마지막 나레이션이다. 이 독백은 시청자들이 90년대 복고열풍에 열광한 이유를 대변한다. 지난 2012년은 90년대 ‘복고 열풍’이 대중문화를 휩쓸었다. 이를 증명하듯 ‘건축학개론’의 최종 관객 수는 410만명으로 당시 역대 멜로영화 최다 관객 수 310만명을 훌쩍 넘었다. 또한 ‘응답하라 1997’ 최종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의 시청률은 평균 시청률 약 7.6%, 최고 약 9.5%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과거의 기록을 2012년 당시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두 작품을 통해 향수를 물씬 느꼈다. 특히 간간이 등장하는 소품과 당시의 유행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었다.

  기성세대는 복고를 통해 과거의 기록을 되새겼다. 김교석 평론가는 지난 2012년의 ‘복고 열풍’은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층인 30·40세대와 제작진의 연령이 일치한 결과물이라고 분석한다. “90년대에 문화적 자양분을 둔 지금의 30·40세대들이 10대와 20대를 거쳐 가장 큰 대중문화 소비 주체로 군림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방송 제작의 실무 및 기획자로 활약하면서 함께 90년대를 돌아보게 된 거죠.” 

  젊은 세대는 과거의 기록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았다. 90년대를 겪어보지 못한 밀레니엄 세대도 ‘복고 열풍’에 동참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젊은 세대에게 복고란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측면이라 설명한다. “기존에 본인이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이기에 복고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워낙 문화적 융합이 많다 보니 클래식한 콘텐츠에 열광한 거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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