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 BOYCOTT JAPAN'  지난학기 대중교통을 비롯해 곳곳에서 일본불매운동 포스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도 없어서 못 사는 일본제품이 있다. 바로 일본 닌텐도사가 출시한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과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다. 발매 당일인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매장에는 해당 게임기를 구매하기 위해 3,000여 명이 몰렸다. 불과 몇 달 전 상황을 떠올리면 상상도 못 할 광경이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에서는 대국민 단위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그 시발점이었다. 전 국민의 적극적인 불매운동 참여 결과 일본 의류 및 식품기업 매출액이 크게 하락했고 관광업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생필품과 달리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특히 콘솔 게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일본이 장악하고 있어 마땅한 대체품이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해에는 일본제품을 이용하거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이번 모동숲의 경우 비교적 잠잠하다. 불매운동 시작 당시 한 일본 외신기자는 일본산 불매운동은 25년간 필패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게임기의 인기가 치솟는 현재,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을 들먹이며 한국 유저들을 조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불매운동을 지속해야 하는지 물을 수 있겠다. 먼저 필자의 대답은 지난해와 변함없이 아니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불매운동이 시작됐듯이 불매 의사 역시 개인에게 달렸다. 그리고 불매에 참여한다면 소신은 있어야 한다.

  요즘 일부 한국인의 태도는 소신이 없다. 한창 ‘NO JAPAN'에 핏대를 세우며 일본을 배척했다가 게임과 같은 문화산업은 예외라며 왕창 소비하고 있다. 당시 불매운동 포스터로 가득했던 SNS는 이제 일본 게임기에 점령당했다. 유튜브에는 한국 유저들의 해당 게임기 언박싱 영상, 게임 플레이 영상 등이 하루가 다르게 업로드되고 있다. ‘사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치던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한 판국이지 않은가.

  일본 정부는 여전히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부당한 경제 조치는 철회하지 않았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 보상금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안에 특정 행동을 취하거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우리에게는 자율적인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선택적 불매든 완전 불매든 뭐든 좋다. 그러나 불매의 본질이 희미해진 이 시점, 우리가 분노했던 이유를 되새겨보고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성은 있다. 그리고 기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변함없이 제트스트림대신 모나미를 택한다.

 

김민지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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