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가시화된 혐오 표현

자발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

 

최근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향한 지역혐오 표현이 온라인에 난무했다. 그가 전북 남원 출신이라고 잘못 알려지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전라도 비하 발언이 쏟아졌다. 범죄 뉴스 댓글에서 범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일부 댓글은 범죄를 향한 분노가 범죄 발생 지역과 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전이돼 그곳을 혐오하는 내용으로 변해있었다. 이렇듯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서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혐오 표현과 여러 유형

  온라인 내 혐오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등장한 후 공론화됐다. 일베의 전라도 혐오는 집단적인 혐오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당시 일베에서는 ‘목포경찰, 신안군청 공무원 등 전라도 전체가 한 패거리’라는 등 전라도를 향한 터무니없는 모욕 표현들이 쏟아졌다.

  온라인 내 지역혐오 표현은 범죄 뉴스의 댓글에서 그 유형을 찾을 수 있다. 해당 지역이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스테레오타이핑(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언급하는 유형)이 가장 많다. 실제 흉악범죄 발생 빈도와는 무관하게 유독 그런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편견을 갖고 혐오 표현을 한다. 이외에도 단순히 지역명만 거론하며 부정적 뉘앙스를 전달하는 ‘지역단순명기’, 해당 지역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라벨링’ 역시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표현들이 온라인에서 단순히 유행이나 유머로 사용돼 혐오 표현을 가볍게 여기는 실태는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온라인의 특성이 부추긴 혐오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표현이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지역혐오 발언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찬석 교수(사회학과)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이 활성화되면서 혐오가 계속해서 가시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비교해 현 사회 분위기는 오프라인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을 쉽게 표현할 수 없게 바뀌었다. 하지만 익명 보장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차별과 편견을 담은 혐오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사회비교이론에 의하면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여론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온라인뉴스 댓글을 읽는다. 이때 인터넷 이용자들은 뉴스 댓글 속에서 지역혐오 표현들에 지속해서 노출된다. 이는 개인이 혐오 표현을 무의식중에 학습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꾸준히 강화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혐오를 타개하려면

  하지만 법적인 처벌은 여전히 어렵다.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글은 피해자가 특정돼 있다고 볼 수 없어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적용할 수 없다. 

  관련 법 규정을 마련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정한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혐오를 법적으로 심판하기 시작하면 대중주의적 심판에 의한 억울한 법적 피해자를 막을 길이 없다”며 “혐오적 표현은 오히려 비사법적 규범과 제도로 억제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독일에서는 지난 2018년 ‘네트워크운영법’이 발효됐지만, 독일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등 야당은 해당 법안의 폐지를 촉구했다. 이 법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SNS에 특정 대상을 증오하는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업체가 의무적으로 삭제해야 하기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정한 교수는 “혐오 표현과 같은 과감한 표현을 허용하다 보니 문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위선을 거부한다는 핑계로 혐오적 정서를 표출하는 게 얼마나 초라한 일인지 스스로 깨닫게 해줄 문명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능멸과 혐오를 통해 특정 지역민의 인격을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위선과 문명 차이는 ‘혐오’를 향한 우리의 인식에 달려있다. 법적 규제를 개선하는 방법 외에도 교육 등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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