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꼬라지를 꼬집어보자! 그동안 중대신문 뉴미디어부는 온라인 플랫폼 속에서 독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풀지 못한 깊숙한 이야기를 중대신문 뉴미디어면에서 기자들이 속 시원하게 풀어나갑니다. 뉴미디어부가 업로드한 콘텐츠를 더 깊게 바라보고 미디어 속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을 꼬집어 분석하고 비평합니다. 미꼬라지의 첫 주제로 ‘온라인 내 지역혐오’를 꼬집어보려 합니다. 함께 꼬집어볼 사람? 저요!

 

누스바움은 『혐오에서 인류애로』 (뿌리와파리 펴냄)에서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를 구분한다.
누스바움은 『혐오에서 인류애로』 (뿌리와파리 펴냄)에서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를 구분한다.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

연민으로 혐오사회 종식해야

 

“배설물, 혈액, 정액, 소변, 코의 분비물, 생리혈, 시체, 부패한 고기, 진액이 흘러나오거나 끈적거리거나 냄새를 풍기는 곤충.” 사람들은 이 문장을 읽을 때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몇 단어를 건너뛴다.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역겨운 대상에 대한 혐오를 ‘원초적 혐오’라고 정의했다.

  때때로 원초적 혐오가 이성적 검토 없이 특정 대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렇게 확장된 혐오가 ‘투사적 혐오’다. 투사적 혐오는 특정 대상을 원초적 혐오의 대상과 연관시킨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달리트(카스트제도하의 불가촉천민을 가리키는 말)와의 접촉은 오염을 상징한다. 일부 달리트는 변소를 청소하거나 시체를 처리하는 등 직업상의 이유로 원초적 혐오의 대상과 접촉했다. 달리트 중 상당수가 농업 종사자였지만 일부가 오염원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달리트는 불가촉천민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집단적 사고

  원초적 혐오는 왜 특정 대상에 투사될까. 서찬석 교수(사회학과)는 “집단에 대한 의인화가 차별의 기본적인 사고 논리”라며 “사람들은 집단을 하나의 사람처럼 의인화하고 위험군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지난 2001년 ‘테러와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랍인과 이슬람 신도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확산 추세를 보이자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한 국민청원에 약 76만명이 동의했다. 중국 인구는 14억명을 넘어서지만 국민청원에서는 ‘중국’이라는 하나의 사람을 향해 분노하는 양상이 보였다. 병을 옮기고 다니는 ‘중국’을 막아야 한다는 집단적 사고가 혐오를 부추기는 데 작동했다.

  대구 역시 투사적 혐오로 피해를 겪었다. 지난 2월 18일 신천지 대구 교회 교인이 국내 3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감염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을 향한 차별과 배제는 대구로 이어졌다. 평소 사투리를 자주 쓰는 A학생은 “마트에서 사투리를 쓰니까 빨리 나가라고 했다”며 “바이러스 취급을 당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또, “대구 사람들은 사회의식이 없고 무식해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했다는 댓글을 봤다”며 “서울 사람들은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만 대구 할머니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녔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보고 기분 나빴다”고 말했다.

  B학생은 “아르바이트 면접 중 본가를 물어 대구라고 답했더니 채용이 어렵다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신천지인지 묻고 ‘인간 코로나’라고 놀려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투사적 혐오를 멈춰주세요

  누스바움에 따르면 원초적 혐오는 제한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감정이다. 지난달 11일 중앙대병원 외관 영상 촬영 허가를 받고자 중앙대병원 홍보팀에 방문하려 했다. 당시 14일 이내에 대구 거주자와 접촉한 적이 있어 코로나19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원초적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중앙대병원이 코로나19에 위험을 느끼는 감정은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기자에 대한 법적 규제로 중앙대병원 출입을 거부했다.

  문제는 투사적 혐오다. 지난달 25일 지인과 대화 중 대구 출신이라고 밝히자 지인은 갑자기 마스크를 쓰더니 “오늘 말 안 해야겠다”고 했다. 이처럼 대구 사람 전체를 코로나19 보균자라고 여기고 차별하는 행동은 투사적 혐오다. 투사적 혐오에서 오염은 물질적 차원이 아닌 상상적 차원에 일어난다. 투사적 혐오는 특정 대상에 혐오스러운 속성을 투사해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다. 낙인찍기 및 위계 세우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투사적 혐오는 법적 규제와 관련된 논쟁에서 근거가 될 수 없다.

  치유된 넓적다리뼈의 의미

  코로나19로부터 촉발된 위협감이 투사적 혐오로 변질했으나 동시에 대구를 향한 연민의 물결이 일었다. 광주는 ‘달빛동맹’의 일환으로 마스크를 전달했고 대학가에서는 기부가 잇따랐으며 의료인 자원봉사자의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문명의 첫 순간을 ‘치유된 넓적다리뼈’라고 설명했다. 미드는 “다리가 나을 때까지 누군가가 환자를 돌보며 사냥과 수집을 대신했을 것”이라며 “약육강식의 법칙이나 적자생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치유된 넓적다리뼈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드에 따르면 인류 문명의 첫번째 신호인 치유된 넓적다리뼈는 연민을 뜻한다.

  ‘혐오 바이러스’는 코로나19만큼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질병으로 한번, 혐오로 또 한번 상처를 남겼다.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달리 혐오의 종식은 연민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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