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16년이 '대결'을 신청했습니다.
  • 장준환 기자
  • 승인 2020.03.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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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응답하라, 그때의 우리! 우리 사회가 21세기에 들어선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어떤 문화를 보여줬을까? ‘그때의 교집합’은 2년 단위로 차례차례 각 연도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의 문화를 살펴본다. 이번에 살펴볼 연도는 ‘2016년’이다. 사회를 뜨겁게 달군 2016년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키워드: 대결

  2016년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로 ‘포켓몬 고와 알파고’, ‘프로듀스 101’, ‘촛불집회’ 세 가지를 선정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뜨거운 화두였던 해당 항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치열한 ‘대결’이 일어났던 2016년의 조각들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대결을 통해 야기된 긴장 상태에서 불확실성을 즐기고 공정한 경쟁으로 얻는 승리의 성취감에 열광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사회에는 과거에 비해 예측가능한 일이 많아졌다. 이에 사람들은 정해진 결과에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점점 자극적인 것을 필요로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영역에 몰입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화끈한 대결’을 갈망하는 사회구조가 형성됐다. 

  집합 A-1) 기술- 알파고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세기의 대결이었다. 지난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진행됐다. 기계의 접근이 어렵다고 알려진 바둑에서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6년 네이버 검색어 결산에서 3월 최다 검색어이자 IT분야 최다 검색어로 선정된 이 대결은 알파고의 4승 1패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차원용 소장은 딥러닝 알고리즘이 다른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알파고 시스템이 가진 차별점이라 분석한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바둑판의 위치를 판단하는 가치망과 바둑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이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 위해 사람에 의한 지도학습과 데이터 기반의 비지도학습이 이뤄졌죠.”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란 관점에서 세간의 시선을 끌었던 이 사건은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면서 인공지능의 위력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두려워하며 언젠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알파고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집합 A-2) 기술- 포켓몬 고
  ‘포켓몬 넌 내꺼야.’ 포켓몬을 포획할 때 날려줘야 하는 명대사다. ‘포켓몬 고’는 2016년 구글 전세계 인기 검색어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 30여개 국가에서 출시돼 엄청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매출 1조원과 5억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달성했을 정도다. 핸드폰을 들고 포켓몬을 찾아 헤매는 포켓몬 트레이너를 쉽게 만나볼 수 있던 한 해였다. 3인칭 시점에서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기타 포켓몬 시리즈와는 다르게 자신이 직접 트레이너가 돼 포켓몬 세계에서 대결한다는 점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그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현실에서 가상의 존재와 대결하는 ‘포켓몬 고’로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는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추형석 연구원은 포켓몬 캐릭터의 가치와 구글이 가진 높은 기술력의 시너지 효과를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포켓몬 캐릭터의 스토리와 게임 컨셉이 일치했기 때문에 전 세계 다양한 연령층에 걸친 포켓몬 팬들의 큰 호응을 이끌 수 있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단위의 지도서비스를 경험한 구글의 기술력이 포켓몬 고의 안정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줬죠.”

  집합 B) 미디어- 프로듀스 101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 국민 프로듀서가 택한 11인의 소녀들을 프로젝트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듀스 101’은 대중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당시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누르고 지난 2016년 화제성 1위에 올랐을 정도다. 1위부터 101위까지 순위를 매겨 생존 여부를 가리는 대결 구도는 연습생들의 간절함을 증폭시켰다. 시청자는 내 손으로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일념 아래 데뷔를 꿈꾸는 아이돌 연습생들의 치열한 대결을 응원했다. 데뷔만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경쟁 사회에 지쳐 꿈의 의미를 잃어버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프로듀스 101’ 방송이 도입한 ‘마이돌 키우기’ 방식이 방송의 인기에 크게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스타를 키워가는 과정과 아이돌 연습생 문화 및 팬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에요. 본인의 안목으로 아이돌을 직접 성장시키는 구조와 상품성을 가진 인재들의 조합이 흥행의 이유라고 볼 수 있죠.” 이어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경쟁의 치열함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이는 기본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기존 방송체계에서 흔히 보이는 ‘흙 속의 진주 찾기’식 진행방식이 지겨워질 즈음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돌 연습생들의 치열함으로 승부를 본 거죠.”

  이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아이돌 팬덤 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발생했다. 순위 조작이나 시청자 기만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발각된 것이다. 김교석 평론가는 방송 이상의 수익 창출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성공 이후 실제 수익 발생을 확인한 기획사들이 시청률을 넘어선 수익을 위한 사업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방송을 이용한 대국민 기만극이 서슴지 않게 벌어진 거죠.”

  집합 C) 사회현상 - 촛불집회 
  지난 2016년의 마지막 등불은 광화문에 모인 1700만 개의 촛불이 대신했다. 지난 2016년 10월 말부터 지난 2017년 4월까지 총 23차에 걸쳐 열린 집회는 누적 170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음에도 평화 시위로 귀결됐다. 하지만 해당 집회는 명백한 ‘대결’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 농단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을 주체로 한 정의가 정부의 불의에 팽팽히 맞섰다. 국민들은 사상 초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승리를 이끌어냈다. 국민이 하나 돼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2016년 촛불집회는 지난 2017년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 수여하는 인권상을 수상하면서 '민주주의적 참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촛불집회가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낸 배경에는 권위주의를 대상으로 한 국민의 저항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병기 교수(영남대 정치외교학과)는 권위주의적 지배질서와 민주주의 간 대결이 촛불집회 참여를 촉발시켰다고 설명한다. “부패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자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항이었어요. 당시 우리 사회와 정치 곳곳에서 여전히 권위주의적 모습이 존재했습니다. 사회를 다시 민주화해야 할 시기 때마침 최순실 국정 농단이 계기가 됐죠.” 정병기 교수는 국민이 촛불 집회를 통해 근대적 시민의 정체성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일상의 권위주의를 거부함으로써 다중적 시민으로 거듭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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