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지뢰 찾기 게임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손에 땀을 쥐고 지뢰가 없는 곳을 추측해 조심스럽게 마우스를 클릭한다. 그곳에 지뢰가 없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지뢰가 있으면 짜증과 함께 게임은 끝나버린다.

  지난 25일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피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됐다. 조주빈은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74명의 여성에게 위장 사이트를 통한 정보 수집, 살해 음모, 불응 시 협박 등 실제 삶에 위협을 가하는 방법으로 협박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가해자로서 권력을 형성했다. 이러한 잔인한 방법들로 여성들에게 성 착취물을 찍게 했고 이를 경찰이 추정한 인원인 6만 명이 입장료를 지불하면서 소비했다.

  이런 악랄한 수법은 가해자가 조직적인 범죄자 집단이 아니었을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하지만 조주빈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그다지 낯선 일은 아니다. 저녁 뉴스에서 소신 발언을 했던 앵커가 불법 촬영 가해자였고,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던 정치인은 비서를 성폭행한 성범죄 가해자였다. 중앙대 대학 사회도 마찬가지다. 중앙대에서도 학생, 교수를 막론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으킨 수많은 성범죄 사건이 있었다. 이는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불안하게 살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그런데도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다’며 일반화에 분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n번방 사건에 국한돼 가해자들에 대해서만 비판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돌아봐야 할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한국에서 운전하는 여성은 ‘김여사’였고, 소비를 좋아하는 여성을 ‘김치녀’, ‘된장녀’라고 지칭했다. 최근에는 여성 게이머를 희롱하는 ‘혜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미디어에 드러난 일부 사례로 여성들은 일반화된 것이다. 이처럼 여성을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혐오 표현과 일반화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남성들이 소비하지 않았는가. 

  남성이 해야 할 일은 본인이 n번방, 박사방과 무관하고 청정하다며 이번 사건과 선 긋는 것이 아니다. 성범죄 가해자가 아닌 것이 여성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남성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성범죄 가해자가 아닌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사건을 통해 성범죄를 일으킨 남성들이 그저 평범한 남성들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우리가 바라봐야할 문제점은 현 사회가 여성들이 지뢰 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여성이 남성들과 함께 같은 사회에서 살아갈 때 여성들은 두렵다. 이는 일반화로 불쾌해진 기분과 비교할 수 없는 ‘두려움’이다.

  남성은 자신이 지뢰가 아님을 소리칠 것이 아니라 지뢰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본래 지뢰는 자신이 지뢰인 것을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어있다.

 

박재현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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