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 나에게 있어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4년이라는 기간을 쉬지 않고 단번에 달려와서 일지도 모르겠다. 4학년을 마치고 내 삶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된 것도 아니다. 작은 일상의 변화들에 있어 졸업이 그 이유나 동기가 되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나를 ‘대학 졸업이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학교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지?’라는 고민에 빠지게 했다. 지금부터는 앞서 제기한 의문에 대해 내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을 적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졸업은 입학부터 마지막 학기까지 내가 겪은 일들로부터 얻었던 배움, 교훈 등을 정리해 앞으로 내 삶에 적용하고자 하는 행위에서 그 의미를 가진다. 수업을 나가고, 과제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같은 대학 생활 속에서 우리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뭔가를 배우고 깨닫는다고 해서 바로 그것들을 내 삶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떤 것을 내 삶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동기 또는 꾸준한 자극이, 혹은 둘 다 필요하다. 대학 생활을 통해 받았던 꾸준한 자극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이렇게 정리하는 행위가 강한 동기로 충분하기에 ‘졸업’은 누군가의 발전에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학과 수업에 가서 배웠던 많은 학문적인 이론들, 그리고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항상 생각해야 할 점은 이러한 배움들의 대부분이 결국 우리가 사회에 나가서 업무를 하던, 개인적인 작업을 하던 간에 필수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더 이상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도,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학생에게 있어 배움이 주된 업무라면, 사회인에게 있어 주된 업무는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졸업 이후에 반복되는 배움은 우리에게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도록 만든다. 그것이 경제활동이던, 여가이던 어떤 형태의 손해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최소화하고자 나는 졸업 시점에, 즉 사회로 나가기 직전에 8학기에 걸친 배움 들을 당시에 저장해놨던 자료들을 다시 열어보며 되새김질하고 정리했다. 이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방식이다.

  흔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심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려놓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마치 컴퓨터에 복구지점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삶의 한 시기를 잘 정리된 요약본과 같이 만들어 놓으면 훗날 돌아보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졸업이라는 시기를 위와 같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면 우리 삶의 체크포인트가 되기 매우 적합할 것이다. 뭉툭한 글이었지만 읽는 사람들에게는 날카롭게 받아들여져서 많은 생각을 이끌어냈으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그것이 ‘졸업’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이 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태헌 동문

사진전공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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