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활동이 뇌에 있다고 생각한 인물은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이다. 그는 ‘신성병에 대해’라는 주제로 “우리는 뇌를 이용하여 사고하거나 이해하거나 보고 듣거나 하며, 추한 것이나 아름다운 것, 나쁜 것이나 좋은 것, 그리고 쾌, 불쾌를 알 수 있다”고 기록했다. 이후 16세기에 데카르트는 ‘심신 이원론’을 통해 인간의 몸은 기계에 불과하지만 신경을 통해 공기가 뇌에 운반되고 송과체에서 마음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19세기 말 폴 브로카가 대뇌피질에 언어를 지배하는 영역이 있음을 알아내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한다. 신경세포를 발견하여 1906년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카밀로 골지와 라몬 이카할에 의해서 뇌의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이 밝혀지게 된다.

  뇌는 1천억 개의 뉴런과 그 10배 수에 이르는 Glia Cell에 의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그사이에는 한 신경세포당 수백에서 1만개의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전기, 화학적 신호를 교환하고 있다. 이런 방대한 신호 네트워크로 인간은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며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특히 시냅스 사이에 전달되는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정신 활동에 관여한다. 또한 사람의 인격이나 가치관 결정에 관한 이론은 신경전달물질과 그 수용체의 과소 정도, 유전적 소인, 시냅스 가소성, 대뇌 피질의 접힘 정도 등 다양하게 연구돼왔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지식 습득과 반드시 병행하여 발달시켜야 할 인격과 지성의 함양에 대한 과학적 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다루어보고자 한다.

  인간의 인격과 가치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곳은 수많은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뇌의 전두엽 피질이다. 시냅스 가소성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감각신경을 통해 받은 반복된 경험, 자극이 대뇌 피질의 신경세포에 전달될 경우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면서 학습 기억이나 인격 형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Hebbian이론에 의하면 시냅스 작용의 증가가 시냅스 전세포와 시냅스 후세포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자극으로부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우리가 열심히 학습하고 경험한 결과는 뇌의 시냅스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런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특성은 인격 형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올바른 인격과 가치관은 타고 나거나 저절로 형성되지 않고 지식 습득을 위해 학습을 하는 것만큼 적극적으로 인격 함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 좋은 경험, 좋은 서적의 탐독, 좋은 사람과의 만남 등이 필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초·중·고 공교육은 지식의 습득에 치중한 면이 많다. 지식과 인격 발달의 균형이 무너지면 차후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의 발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 공교육인 대학교육에 있어 올바른 인격과 가치관 형성을 위한 다양한 교양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병욱 다빈치교양대학 교수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